[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성과급 갈등이 조선 등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 업종을 중심으로 노조의 성과 배분 요구가 본격화되면서 '성과급 도미노' 현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곳은 조선업계다. 글로벌 수주 확대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 반등이 이어지자 노조를 중심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안에 담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성과급 규모를 단순 요구 수준이 아니라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구체적 비율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 노조의 임단협이 함께 진행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하청 노조도 원청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한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실적 기준인 2조원으로 적용할 경우, 성과급 재원은 약 6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7500만원 수준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원·하청 노동자에게 동일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 올해도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 급식 위탁업체 노조의 교섭 공고 이의신청을 인용하면서 성과급 지급 범위에 대한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급 규모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금액의 208%였고, 협력사 직원도 근속 5년 이상이면 삼성중공업 직원과 동일하게 상여 기초액의 208%를 받도록 했다.
이 같은 성과급 요구 분위기는 조선업을 넘어 방산업계 등 최근 호실적을 기록한 업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수주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는 산업군을 중심으로 노조의 성과 공유 요구가 이어질 경우엔 향후 기업들의 비용 구조와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확대 요구가 커지는 흐름 자체는 자연스러우나 조선업 특유의 업황 사이클을 고려한 보다 장기적인 논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업은 글로벌 경기와 선박 발주 흐름에 따라 장기간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꼽힌다. 실제 업계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약 10년 가까운 장기 불황을 겪으며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비용 절감 등을 이어온 바 있다.
최근 수주 호황과 고선가 효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업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수익성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실적만을 기준으로 한 고정적 성과급 체계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업계 특성상 호황이 찾아와도 언제 불황이 닥칠지 모르는 사이클 구조를 가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업계 성과급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