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 땐 자본 이탈"…바이낸스, 韓 가상자산 규제 기조에 신중론


FIU 시행령 개정안·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속 해외 거래소 부담 부각
토큰화 자산·스테이블코인, ETF 뒤 이을 차세대 성장축

14일 서울 강남구 에피소드 강남 262에서 열린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이 글로벌 기관투자자 유입 확대와 디지털자산 시장 성장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박지웅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입법 과정은 시장 참여자와 규제 당국 간 쌍방향 소통이 필수적이며, 일방적으로 제도를 설계해 통보하는 방식은 혁신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14일 서울 강남구 에피소드 강남 262에서 열린 '제4회 바이낸스 블록체인 스터디(BBS)'에서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은 <더팩트> 질의에 이같이 답하며 최근 한국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 방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최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외 거래소와의 고액 이전 거래 관리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바이낸스는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산업 현실을 반영한 균형 잡힌 입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더팩트>는 향후 디지털자산기본법상 거래소 지분 20% 제한 가능성과 FIU 시행령 개정안이 글로벌 사업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첸 총괄은 규제 자체보다 규제가 형성되는 과정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에서도 시장 참여자와의 긴밀한 협의 없이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산업 성장성과 시장 활력이 저하된 사례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한국 역시 투자자 보호와 산업 혁신 간 균형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최근 국내 업계에서 제기되는 '시장 의견 수렴 부족' 우려와 맞물려 주목된다.

이와 함께 첸 총괄은 이날 강연에서 바이낸스가 단순 거래소를 넘어 기관투자자 중심의 디지털자산 금융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출신인 그는 블랙록이 주도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디지털자산 시장의 구조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비트코인 ETF는 출시 약 2년 만에 운용자산(AUM) 600억달러를 돌파하며 금 ETF보다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고, 이를 계기로 비트코인이 기관 자금이 본격 유입되는 제도권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첸 총괄은 "ETF라는 친숙한 제도권 상품이 기관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관 참여자 구성 역시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프랍 트레이딩 펀드나 마켓 메이커 중심이던 시장에서 이제는 패밀리 오피스,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보험사, 대학기금 등 보다 보수적이고 다양한 전통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들은 이제 단순 투자 여부보다 디지털자산을 기존 금융 비즈니스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합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바이낸스는 이에 대응해 거래·수탁·스테이킹·B2B 솔루션을 포함한 종합 기관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ETF 이후 차세대 성장 축으로는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이 제시됐다. 첸 총괄은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사례를 언급하며, 토큰화가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을 넘어 MMF·채권·주식 등 실질적 금융상품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지니어스법, 유럽 가상자산기본법(MiCA), 홍콩 스테이블코인 조례 등 주요국의 규제 명확성이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결제·정산 인프라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관 진입 과정에서 핵심 과제로 꼽히는 선입금 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바이낸스는 전통 금융 시스템과 유사한 3자 계약 기반 솔루션을 제시했다. 기관 자산을 기존 은행 수탁 구조에 유지하면서 바이낸스가 이를 기반으로 거래용 온체인 마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통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요구와 디지털자산 거래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접근이다. 첸 총괄은 이를 전통 금융 인프라와 디지털자산 시장 간 실질적 연결 고리로 소개했다.

바이낸스 역시 기관화 흐름에 맞춰 규제 준수와 글로벌 신뢰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3억1000만명 이용자와 누적 거래량 145조달러 규모를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2억13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UAE 아부다비 FSRA 인가와 SOC·ISO 인증 등을 통해 전통 금융권 수준의 규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첸 총괄은 "기관 시장에서 규제 준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chris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