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불법 촬영물 사이트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도 접속이 가능한데다 수천 건의 불법 촬영물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도메인을 바꿔가며 단속망을 피해가면서 사후 조치가 아닌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일부 포털 사이트에서 '야동', '몰카' 등을 검색한 결과 470여개의 불법 촬영물 사이트가 줄줄이 확인됐다. '성인 전용'이라며 미성년자를 제한한다는 안내문도 있었으나, 실제로는 성인 인증 절차 없이 접속이 가능했다.
한 불법 촬영물 사이트에는 여성 신체 부위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영상들이 '여자친구', '와이프', '신혼부부', '화장실' 등의 제목과 함께 십여개씩 올라왔다. 이 사이트에 공개된 영상은 6800여개에 달했다. 조회수는 최대 40만회를 넘었다.
정부는 허위영상물(딥페이크)이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등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24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총 3557명을 검거, 221명을 구속했다. 지난 2024년 2406명 검거(172명 구속) 대비 47.8% 급증한 수치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에 영상 3만5135건 삭제·차단도 요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촬영물 사이트 삭제·차단은 기본적으로 방미심위에 요청한다"며 "해외 업체는 우리나라 법 권한이 미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국내외 업체에 대한 집중단속과 수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운영자 등을 검거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메인을 변경하며 교묘히 단속망을 피하는 경우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 한 사이트는 접속 시 '보안소켓계층(SSL) 암호화로 안전한 접속 환경을 보장하고 사용자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한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돼 항상 신선하다', '100만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가 함께하는 대규모 커뮤니티'라고 홍보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접속 중인 주소가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다고도 공지했다. 지난 1일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자 텔레그램을 통해 접속 가능한 새로운 도메인을 생성해 공유했다. 단속을 피해 우회하면서 접속 차단 조치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사이트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1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이후에도 사이트에는 매일 새로운 영상들이 게시됐다.
방미심위는 모니터링이나 신고 접수를 통해 확인된 불법 촬영물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영상을 삭제하는 등 시정 조치를 하고 있다. 사실상 모니터링과 신고에 의존하지 않고는 제재가 어려운 구조다. 특히 도메인 변경 등을 통해 단속을 피해가는 사이트까지 막기엔 인력 부족 등 한계가 있다.
방미심위는 "위원회가 알고 있지 않은 정보까지 전부 모니터링하기는 어렵다. 끊임없이 신규 생성되는 불법 촬영물 사이트에 대한 신고와 모니터링을 통해 평균 24시간 내 심의, 삭제와 접속 차단 등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며 "도메인 변경 등의 방식으로 불법 유통하는 사례들을 인지해 빨리 심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조치"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서 디지털성범죄뿐만 아니라 불법 정보의 범위를 확대하고 심의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며 "인력이나 지원이 구비된 상황이라면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물 삭제·차단 등 사후 조치보다 영상 게재를 사전에 제한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도메인 변경 등 기술에 기술로 대처해야 하는데, 사전에 식별해 차단하는 조치들이 부족하다"며 "우리나라는 주로 사후 조치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상 삭제·차단만으로는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영상을 삭제하려 해도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상황"이라며 "먼저 차단한 후에 심의를 하거나 알고리즘을 통해 불법 촬영물처럼 보이는 영상들을 미리 걸러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