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AI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외국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글로벌 빅테크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AI 인프라와 모델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산업 안보의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퓨리오사AI 본사를 방문해 생산·연구시설을 살펴보고, 국내 AI 반도체 및 AI 모델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퓨리오사AI는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간담회에는 이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최우혁 산업통상부 첨단산업정책관,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신혜숙 국민성장펀드 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 측에서는 퓨리오사AI를 비롯해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 뤼튼AI, 로앤컴퍼니 경영진이 자리했다.
이번 현장 방문은 AI 반도체와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핵심 분야의 산업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국민성장펀드의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위는 AI 반도체부터 모델, 서비스 기업까지 이어지는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 세계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거대한 AI 전환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AI는 전기나 인터넷처럼 새로운 국가 인프라이자 성장의 기반이며,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 기업의 GPU와 빅테크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연산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곧 AI 주권이자 산업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전력·고효율 NPU 등 하드웨어를 육성하는 동시에 우수한 국산 AI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가 경제 차원의 핵심 전략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책금융 지원 성과도 소개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민성장펀드는 총 11건, 8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AI 분야에는 전체의 약 24%에 해당하는 2조원 규모의 자금이 배정됐다.
이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의 1차 메가 프로젝트로 K-엔비디아 사업을 포함한 데 이어, 2차 프로젝트를 통해 소버린 AI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벨리온과 업스테이지 등 국내 대표 기업에 수천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집행했고,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도 민관 협업을 통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며 "AI 산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만큼, 금융이 모험자본이자 인내자본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는 금융과 산업 정책이 따로 갈 수 없는 시대"라며 "앞으로 금융은 재무제표와 담보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과 인재, 생태계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산업을 이해하는 금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퓨리오사AI는 차세대 추론 특화 반도체인 '레니게이드(Renegade)'의 성능을 시연했다. 회사는 유치한 자금을 양산 및 3세대 반도체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스테이지는 기업용 AI 모델 고도화와 일반 국민용 거대언어모델(LLM)인 '솔라 오픈(Solar Open)' 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앞으로도 현장과 더 자주 소통하는 찾아가는 간담회를 이어가겠다"며 "우리의 일상과 산업 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피지컬 AI 분야까지 안목을 넓혀 폭넓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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