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세훈 더 해야" vs "새 얼굴 정원오"…한강벨트 엇갈린 민심


용산·성동·동작·영등포서 만난 시민들
주택 공급·집값 등 '부동산' 정책 주목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문화영·김명주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한강벨트'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부동산과 정권 견제론, 정치 피로감 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며 민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강벨트는 한강과 맞닿은 마포·용산·성동·광진·동작·영등포·강동 등 7개 지역을 뜻한다.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하지 않아 선거 때마다 승부처로 꼽힌다.

<더팩트>는 지난 7~8일 이틀간 서울 한강벨트 주요 지역인 용산, 성동, 동작, 영등포 일대를 돌며 다양한 연령대 시민들을 만나 서울시장 선거 표심을 들었다. 시민들은 후보 개인의 역량과 부동산 정책, 시정 운영 경험 등을 두고 제각각 평가를 내놨다. 동시에 "정치를 믿기 어렵다"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교체론 vs "하던 사람이 안정적" 안정론

정권 교체와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성동구청장 시절 행정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용산구 효창공원 인근에서 만난 30대 교육업 종사자 임모씨는 "성동구를 자주 가는데 장애인 체육관이나 주민 시설들이 정말 잘 돼 있다"며 "그런 사람이 서울시장을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장을) 오래 한다고 꼭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새로운 사람이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동구 서울숲 일대에서 만난 70대 여성 우모씨도 "성동구를 이렇게 잘 만들어놨으니 서울 전체도 잘 이끌어 갈 것 같다"며 "자녀들이 (성동구) 행정이 잘 되어있다고 하더라. 가족이 이렇게 이야기하니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이 영원히 할 순 없지 않나. 이제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30대 프리랜서 배모씨는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원오 후보는 주민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평가했다. 오세훈 후보를 두고는 "한강버스나 세빛섬 사업을 왜 추진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오래 했지만 크게 와닿는 사업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안정적인 시정 운영이 중요하다"며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들은 서울 시정 경험과 행정 연속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용산구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정모씨는 "오세훈은 시민의 불편한 점을 잘 챙겨준다"며 "그래도 서울시장은 오세훈이 제일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원오는 행정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처음 나왔고 서울 전체를 운영해 본 경험은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70대 남성 이모씨도 "새로운 사람이 오면 기존 정책을 다 뒤집을 수 있다"며 "새로운 정책이 자리를 잡을 때면 아마 임기가 끝날 것이다. 그러니 하던 사람이 계속 이어가는 게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성동구에서 만난 80대 부부 역시 "오세훈 변호사 시절부터 팬이었다"며 "주민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동작구에 거주 중인 박모씨는 "오세훈은 예전부터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다"며 "해놓은 사업도 많다"고 평가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모의사전투표가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선거사무원이 투표용지를 출력하고 있다. /김성렬 기자

◆관건은 '부동산'...주택 공급과 '집값 잡기' 주목

가장 많이 언급된 이슈는 부동산이었다. 시민들은 후보 개인보다 집값과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꼽았다.

영등포공원에서 만난 80대 여성 이모씨는 "아직 누굴 뽑을지 완전히 정하지는 못했다"면서도 "누가 됐든 집값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는 38평 자가 아파트에 살았는데 서울로 오니 전세 23평 낮은 층 아파트에서 살게 됐다"며 "서울 집값은 너무 비싸다. 작은 집이라도 내 집에서 살다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서 만난 70대와 40대 모녀도 "공약 중에서 부동산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아파트만 많이 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주거 형태와 시설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 역시 "아무래도 30대가 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주택과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풀어갈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여야가 '장특공제 폐지'를 두고 논쟁하고 있어 한강벨트 민심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정치 피로감↑…"공약, 후보 잘 몰라요" 무관심도

정치권 전반에 대한 피로감과 무관심도 뚜렷했다. 특히 2030세대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영등포공원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오세훈 시장 때도 별로 관심 없었고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투표하는 줄도 몰랐다. 투표는 하겠지만 아마 기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에 거주 중인 이모(18) 씨도 "오세훈이든 정원오든 뭘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며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문모씨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외 다른 당도 고민 중이지만 사실 정치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표심을 정하지 못한 시민도 있었다. 60대 남성 김모씨는 "오세훈 후보나 정원오 후보나 도긴개긴"이라며 "정 후보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부터 정책, 도덕성, 국가 통치 비전까지 믿음이 안 간다. 오세훈 후보 역시 권력을 유지하려는 기회주의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표는 할 생각"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후보들이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고 실천력과 능력이 있는지다. 인물 역량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40대 박모씨는 "정치인들은 결국 자기 이익만 챙기는 것 같다"며 "뽑을 사람이 없어 기권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동작구의 70대 여성 김모씨 역시 "최근 정치인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치에 더 관심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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