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공기 지연까지…주택공급 곳곳서 '병목' 경고


자재비·금리 부담 겹치며 사업비 급증
공사 지연 누적…공급 공백 우려 확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택시장은 이재명 정부 공급 확대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쇼크와 공기 지연이 겹친 구조적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공사기간 증가가 맞물리며 사업 속도 전반이 둔화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주택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공사기간·비용 중심의 주택건설 환경 변화·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택시장은 이재명 정부 공급 확대 의지에도 '공사비 쇼크'와 '공기 지연'이 겹친 구조적 병목 현상이 나타나면서 실질적 공급 절벽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9·7 대책과 1·29 대책을 통해 총 135만 가구 규모의 주택공급과 관련 법안의 신속 처리를 약속했지만 시장에선 단순한 공급 물량 확보가 아닌 '착공과 입주의 병목 현상'을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공급 문제의 핵심을 공사비 급등·공기 지연·금융환경 악화가 맞물린 구조적 병목으로 진단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고금리·고환율 환경이 건설비용을 끌어올린 가운데 국내에서는 안전·노동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비용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공사비 상승 폭은 가파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26년 3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49% 상승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52% 오른 수준이다. 지수는 매달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평당 공사비로 환산하면 과거 400만원대 초반에서 700만원~800만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철근·시멘트 등 주요 자재 가격은 2020년 대비 2024년 기준 30~60% 상승했다. 미국 트럼프 2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은 글로벌 철강 수급 질서 재편·한국 수입 원자재 조달 비용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할 경우 건설생산비용이 2023년 대비 약 3.34%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며 환율 상승이 국내 시장의 심각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에서는 비용 증가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천 영종국제도시 A24 블록 공공주택 사업은 가구 수 변화가 크지 않았음에도 총사업비가 1700억원대에서 3700억원대로 증가했다. 구조적 비용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경태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원가 부담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현장으로 전이돼 설계·인허가 변경 과정에서의 분담금 갈등과 조합 내 분쟁을 격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사비 급등·공기 지연, 비용 구조 전반 압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할 경우 건설생산비용이 2023년 대비 약 3.34%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뉴시스

보고서는 공사비 상승을 직접비와 간접비가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로 설명했다. 자재비와 노무비 등 직접비 상승에 더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보험료·퇴직공제부금 등 법정 비용이 증가하며 간접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공사기간 증가는 비용 상승과 맞닿아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아파트 적정 공사기간이 평균 2.3개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규제 강화 제도 변화가 공기 연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환경 악화도 공급 지연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금리는 연 5~8% 수준까지 올라섰다. 브릿지론 만기 부담까지 겹치자 착공 포기와 사업 중단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 여건 악화는 신규 사업 착수를 제약하고 총사업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착공 급감은 필연적인 공급 부족을 야기하고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 압력과 조합원 분담금 갈등을 격화시켜 사업을 추가로 지연시키는 연쇄적 악순환을 일으킨다"며 "인허가와 착공·준공 사이의 약 3년 안팎의 시차를 고려할 때 올해부터 공급 공백의 리스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구조적인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과 정책적 해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 주택공급 위기 돌파구…'패키지형 대응' 필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아파트 적정 공사기간이 평균 2.3개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보고서는 탈현장 건설(OSC) 공법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모듈러와 PC 방식은 기존 시공 대비 공기를 20%~30% 줄일 수 있어 총사업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공공 토지 매각 시 일정 비율 이상을 PPVC 방식으로 짓도록 의무화해 현장 인력을 약 40% 줄이고 금융비용도 낮추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모듈러 공사비가 기존 대비 약 30%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어 자재 규격 표준화와 생산성 개선을 위한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 절차 간소화도 제안했다. 현재 교통·경관·건축·환경 등으로 나뉜 각종 심의를 통합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야 공기 지연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건축 현장에서 반복되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 역시 사업 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정책 설계 방식 전환 필요성도 짚었다. 건설산업은 안전·환경·노동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며 비용 부담을 키우는 구조인 만큼, 정책 도입 이전에 영향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나 LH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 신규 정책이 현장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증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의 주택공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계·생산성 기술·근로 제도·분쟁 해결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패키지형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정부 부처에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발생 가능한 비용 부담을 사전에 검토하는 '규제 영향 사전 시뮬레이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안전·환경·노동 등 개별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쌓여 건설현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을 방지하고 상호 조정해 올해 공급 절벽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속 가능한 주택공급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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