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김민지 기자]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쏘아 올린 '부산 북구갑'의 전운이 심상치 않다. 부산 5선 의원에 시장까지 지낸 서병수 전 의원의 국민의힘 탈당과 선대위 합류, 그리고 '보수의 저격수'로 불렸던 3선 정형근 전 의원의 후원회장 영입은 단순한 인력 충원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노련한 노장의 지혜'를 빌린 '묘수'라는 평가와 '올드보이의 귀환'이 가져올 '역풍'이라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동훈 후보의 이번 영입은 한마디로 '무소속의 한계'를 중진들의 '무게감'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다선 의원의 조직력은 득표율 3~5%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여기에 정형근 전 의원은 과거 '보수 저격수' 이미지로 강한 메시지 정치에 능했던 인물이다. 이는 정치 신인에 가까운 한동훈 후보에게 '전투력'을 보완해 주는 요소다.
서병수와 정형근의 결합은 '지역 기반+정치 투쟁력'이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셈이다. 서병수 전 의원은 부산에서만 5선을 지내며 탄탄한 조직력과 시정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그의 탈당은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가볍지 않은 충격을 주었으며, '진정한 보수의 길'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여기에 정형근 전 의원의 합류는 상징성이 크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의 선봉에서 '보수의 저격수'로 활약했던 그의 존재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강한 보수'의 기치를 선명히 한다.
한 후보 측은 서병수·정형근이라는 '거목'을 통해 보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구의 미래를 열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서 전 의원의 30년 정당 생활을 뒤로한 '용단'은 한 후보에게 '보수 재건의 기수'라는 명분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동전의 뒷면처럼 위험 요소도 분명하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박민식 후보 측의 반발이 거세다. 박 후보는 정형근 전 의원의 과거 행적을 언급하며 "주민들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꼬집었다. 이는 한 후보의 영입 인사가 과거 지향적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서병수(5선), 정형근(3선) 두 인물의 정치 경력을 합치면 도합 8선이다. 이들의 등장은 자칫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게 '과거로의 회귀'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보수 진영 내에서의 '제살깎아먹기' 경쟁은 치명적이다. 윈스턴 처칠은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무소속 한동훈과 국민의힘 박민식의 대결이 격화될수록 보수 표심은 갈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상대 진영에게 어부지리를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길을 잃은 군대에 늙은 말이 길을 찾아주었다는 설화처럼, 서병수와 정형근이라는 노련한 정치인들은 한 후보에게 분명 풍부한 경륜과 전략적 자산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결국 '내일'을 파는 장사다. 전통적 관습과 중진의 무게감이 힘을 발휘하려면, 그것이 기득권 수호가 아닌 '미래를 위한 징검다리'임을 증명해야 한다. 한 후보가 이들의 경륜을 빌려 보수 재건의 기틀을 닦는 데 그치지 않고, 북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번 영입은 '묘수'가 아닌 '악수'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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