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체포영장이 발부됐더라도 피의자가 약속대로 자진 출석했다면 체포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6개월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오피스텔 4개 호실을 빌린 뒤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1760만원 추징도 명했다.
문제는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이었다. 대법원은 경찰의 A 씨 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집행된다.
A 씨는 몇차례 경찰 출석을 통보받았으나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미루다가 첫 통보 이후 2주 만에 자진출석을 약속했다. 경찰은 약속한 시간에 경찰청에 나타난 A 씨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대법원은 체포영장의 전제인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때'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같은 혐의로 2번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체포 당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인정해 체포영장 청구·발부는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A 씨가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출석했고 도착 당시에도 담당부서 위치를 묻는 등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당시 영장에 의한 체포의 사유와 그 필요성이 충족되었다고 본 판단은 어느 모로 보나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라며 "피고인에 대한 체포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심을 파기하지는 않았다. 위법한 체포 이후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는 증거능력이 없지만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체포영장 집행 과정의 위법성이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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