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불장에도 공매도 20兆…하락 베팅이 불쏘시개 될까


지난 4월 29일 기준 순보유잔고 20조1086억원
현대차·한미반도체·HD현대중공업에 잔고 집중

지난 9일 코스피는 7400선을 돌파했다. 장중 최고가는 7426.60에 이른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 7400선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쓴 가운데, 공매도 순보유잔고가 20조원대에 머물며 향후 수급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선 누적된 공매도 포지션이 쇼트커버링으로 전환될 경우 랠리의 추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공매도 잔고 20조…주도주에 쌓인 '반대 포지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6936.99) 대비 6.45%(447.57포인트) 오른 7384.5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7426.60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장 초반 코스피200 선물 급등에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그러나 지수 급등과 별개로 공매도 잔고는 사상 최대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4월 2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잔고액은 20조108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공매도 잔고는 지난 4월 27일 20조5083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넘어선 뒤 28일 20조3887억원, 29일 20조1086억원으로 3거래일 연속 20조원대를 유지했다.

공매도 잔고는 최근 시장을 이끈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 지난 4월 29일 기준 공매도 순보유잔고 금액이 가장 큰 종목은 현대차로 1조9531억원이었다. 이어 한미반도체 1조9275억원, HD현대중공업 1조6838억원, LG에너지솔루션 1조3935억원 등이 1조원 이상 잔고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9365억원, 포스코퓨처엠 7587억원, 한국항공우주 5372억원도 상위권에 올랐다.

잔고 상위 종목을 보면 공매도 포지션이 시장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쌓였다기보다는 최근 주가 상승폭이 컸거나 업황 기대가 강하게 반영된 업종에 집중된 모습이다. 실적 기대와 주가 재평가가 빠르게 반영된 종목일수록 차익 실현 욕구와 밸류에이션 부담도 함께 커진 셈이다.

공매도 잔고 증가는 통상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한 구간에서 공매도 잔고가 함께 불어난 것은 시장 한쪽에서 고점 부담을 의식한 방어적 포지션이 커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를 곧바로 약세장 전환 신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매도에는 방향성 하락 베팅뿐 아니라 헤지, 차익거래, 롱숏 전략이 함께 섞여 있어서다. 최근처럼 지수가 빠르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공매도 잔고가 하락 압력인 동시에 향후 되사야 할 잠재 매수 물량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수급 주체별로는 온도 차가 나타난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 외국인의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1748억원으로 직전 거래일보다 18% 줄어든 반면, 개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96억원으로 32% 증가했다. 같은 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307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4조7935억원을 순매도했다. 현물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지수 상승을 이끈 반면 개인은 차익 실현과 고점 경계 심리를 동시에 드러낸 셈이다.

◆ 쇼트커버링이냐 변동성 확대냐…관건은 '환매수 시점'

결국 공매도 20조원 시대의 핵심 변수는 잔고 규모 자체보다 환매수 시점이다. 공매도 투자자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언젠가는 되사 갚아야 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이 커진다. 손실 부담이 커질수록 매도 포지션을 접기 위한 환매수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에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쇼트커버링이 추가 상승을 자극하는 이른바 쇼트스퀴즈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가 밀릴 때는 공매도 잔고가 하락 압력으로 인식되지만 주가가 버티거나 더 오를 때는 되사야 할 매수 물량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반대로 주도주의 실적 전망이나 업황 기대가 흔들리면 공매도 잔고는 다시 고점 부담을 키우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지수 상승이 일부 대형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공매도 잔고가 집중된 종목들의 주가 흐름에 따라 쇼트커버링 재료와 하락 압력이 동시에 열려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양방향 변동성은 대차거래와 신용융자 잔고가 함께 불어난 상황에서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는 174조8674억원으로 175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4월 1일 149조4179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25조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대차거래가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을 빌려두는 거래가 빠르게 늘었다는 점은 시장 한쪽에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수요가 커졌음을 보여준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6조원대로 불어나며 상승 베팅과 하락 대비 포지션이 동시에 커지는 양상이다. 상승장이 이어지면 신용융자는 지수 탄력을 키우고 공매도 잔고는 쇼트커버링 재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주도주가 흔들리면 신용융자는 반대매매 부담으로, 공매도 잔고는 하락 압력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현재 장세를 단순한 강세장보다 '롱숏 동시 과열'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잔고 20조원은 시장이 단기 고점 부담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주가가 예상과 달리 더 오르면 되사야 할 물량도 그만큼 커진다"며 "지금은 공매도 자체보다 이 물량이 어느 가격대에서 환매수로 돌아서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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