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오너'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대외 행보 시작 배경은


이호진 전 회장, 7월부터 KOVO 총재로…대외 행보 '시동'
노출 꺼렸던 '은둔형 오너'가 왜? 경영 복귀 임박설도 나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최근 한국배구연맹 9대 총재로 선임됐다. /배구연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대외 행보에 시동을 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히 한국배구연맹(KOVO) 신임 총재 자리에 오른 것뿐이지만, 그가 '은둔형 오너'인 점을 고려한다면 뜻밖의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러한 행보를 놓고 경영 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 달라진 이호진 전 회장

7일 재계와 체육계에 따르면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구단주인 이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KOVO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통해 KOVO 9대 총재로 선임됐다. 이 전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부터 3년이다.

한국 배구 역사에서 태광그룹을 빼놓을 순 없다. 지난 1971년 태광산업 배구단을 창단한 이후 흥국생명 배구단을 거치며 55년 동안 한국 배구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임용 태광그룹 선대회장도 과거 한국실업배구연맹 회장을 맡은 바 있다. 2대에 걸쳐 배구 행정을 이끌게 된 셈이다.

이러한 인연과 별개로 이 전 회장이 총재직 수행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그는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밀기 꺼리는 재계의 대표적인 '은둔형 오너'로 꼽힌다. 1996년 태광산업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그룹의 리더가 된 이후에도 기업 활동과 관련해 전혀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KOVO 총재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자신의 프로필 사진까지 외부로 배포했다.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작지만 큰 변화라는 평가다.

◆ 경영 복귀 가능성 솔솔

이 전 회장이 사실상 대외 행보에 시동을 걸면서 경영 복귀 임박설까지 흘러나온다.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진 지난 2012년 태광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대주주 지위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고, 2021년 만기 출소했으며,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돼 취업제한에서 벗어난 상태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21년 충북 충주구치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세화예술문화재단의 5대 이사장 자리에 오르자, 경영 복귀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세화예술문화재단은 이 전 회장의 모친 고 이선애 여사가 설립한 태광그룹의 주요 공익 법인 중 하나다.

이러한 경영 복귀설은 단지 '은둔형 오너'가 최근 대외 활동의 폭을 넓혔다는 이유만으로 제기되는 것 역시 아니다. 태광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외형을 키우는 등 제2의 창업으로 평가될 정도로 중요한 '새출발 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전 회장 사면·복권 직전인 2025년 7월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기존 석유화학 사업 대신 뷰티, 바이오, 조선, 부동산 개발 등 미래 성장 사업 중심의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 "경영 복귀 논의 없어"

물론 경영 복귀를 서두르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먼저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은 비리 혐의 유죄 외에도 병보석 중 거주지와 병원을 이탈해 음주·흡연하는 모습을 보여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미 태광산업 고문으로 일하며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굳이 빠르게 회장직으로 복귀할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건강 문제도 남아 있다. 10년 전 간암 3기 진단을 받아 치료를 이어온 것은 사실이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3월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이 전 회장이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 전 회장은 복권 이후 경영 복귀를 준비해 왔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활동을 수행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KOVO 총재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영 복귀와 무관"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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