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씨티그룹이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경고등을 켰으나, 정작 주가는 고공 행진하고 있어서다. 시장은 씨티그룹이 주목한 '노조 리스크'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초호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지난 4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32만원보다 6.3% 내린 수치이며,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은행(IB) 중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눈높이를 낮춘 결과다.
씨티그룹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내린 배경으로는 삼성전자 노조의 전면 파업 가능성과 이에 따른 성과급 지급 관련 충당금 등이 우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조 측은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도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나눠 달라고 요구하면서 오는 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대 300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노조가 원하는 금액은 무려 45조원에 달한다.
피터 리 씨티그룹 연구원은 "노조의 파업이 거세질 경우 대규모 성과급 충당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실적 하방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0%, 11%씩 대폭 하향 조정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글로벌 IB의 찬물에도 주가 그래프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가 나온 4일에도 6.44% 오르더니 5일 어린이날 휴장을 보낸 후 6일 장에서 무려 12%대 급등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급등세가 씨티그룹이 지적한 비용 부담보다, AI 반도체 훈풍이 불러온 펀더멘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결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약 45조원이 충당되더라도 이를 일시적인 비용 수준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에도 구조적인 성장 흐름은 훼손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6일 리포트를 내고 목표주가를 기존 22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한 교보증권을 비롯해, 앞서 삼성전자에 '강력매수'라는 이례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한 유진투자증권도 노사 갈등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노조 파업과 비메모리 부진은 단기 변수에 불과하다"며 "메모리 호황의 강도와 지속성을 감안하면 제한적 영향에 그칠 것이다. 장기공급계약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4 본격화가 핵심 투자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는 노조 파업 우려로 경쟁사 대비 부진한 주가 움직임을 보였다"면서도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이에 기반한 사업부 연계 전략으로 나타날 구조적 성장을 고려하면 상승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의 행보는 주시해야 한다는 우려는 공존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예고대로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또 파업이 이어진다면 삼성전자가 입을 경제적 손실이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창을 주시하는 주주들도 노사 갈등 격화를 원치 않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노조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다면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다고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파업 위기 대국민 호소문을 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파업이 불법적인 형태로 개시돼 회사의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주주들이 연대해 불법 파업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제3자 권리침해 법리에 근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