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국민의힘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이른바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이를 '초법적 방탄 정치'로 규정하며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당내 갈등과 공천 잡음이 대여 공세의 동력을 잠식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을 '풀패키지 위헌'이라고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법은 법이 아니라 폭력이자 범죄"라며 "이럴 바에 차라리 '이재명 최고존엄법'을 만들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을 동원해 기어이 억지로 본인의 재판을 한 번 없앨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은 언젠가 반드시 재판을 재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이 특검법을 고리로 이 대통령의 ‘사법 방탄’ 프레임을 강화해 보수층을 결집하고, 여당의 일방통행식 입법 기조를 비판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전략이다.
지도부의 공세에 발맞춰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힘을 보탰다. 오세훈 서울시장·유정복 인천시장·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 등 국민의힘 후보들과 개혁신당 김정철 서울시장·조응천 경기도지사 후보가 참여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긴급 연석회의’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재명 셀프 면죄 특검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 기조는 내부 갈등에 가려져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역단체장 공천이 마무리된 이후 이어진 재보궐선거 공천에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워장(대구 달성군), 김태규 전 방통위 부위원장(울산 남갑), 이용 전 의원(경기 하남갑) 등 윤석열 정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단수 공천되자 '친윤(친윤석열) 회귀' 논란이 재점화됐다.
특히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의 공천 가능성이 거론되자 당내 반발은 더 커졌다. 충남지사 후보인 김태흠 지사는 이에 반발해 예비후보 등록을 잠정 연기했다. 정 전 부의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게 하는, 최소한의 과정인 경선에조차 저를 참여시키지 말라는 주장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의 거취를 둘러싼 잡음도 여전하다. 그동안 '2선 후퇴' 요구를 받아온 장동혁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관행을 보더라도 당대표는 중앙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에 참여해 왔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 싸움이 선거를 그르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 소속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현재 내란특검에 의해 '헌법재판관 미임명·지명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상태인 인사를 공천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최소한의 절윤 의지도 보인 적 없지 않나"라며 박덕흠 공천관리위원장과 정 전 부의장의 사돈 관계를 겨냥해 "이런 상황에서 공천이 강행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이후 꾸준히 제기된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과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것이 결국 선거 막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기조라는 반격의 기회를 잡고도 내부 분열에 매몰돼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견제하고 심판할 결정적 기회마다 지도부의 무능으로 자충수를 두며 반격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고 있다"며 "이진숙, 정진석 등 논란이 되는 인물들을 공천하거나 공천하고자 하는 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이미 메신저가 망가진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내놓은들 국민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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