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항소심 법원이 1심과 달리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하고 통일교 측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모두 인정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김건희 여사가 있었다. 녹취록에 담긴 김여사의 말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주포 측 지시와 맞물린 김 여사의 18만 주 매도 거래를 통정매매로 판단하고, 통화 녹취와 거래 정황 등을 근거로 시세조종 공모를 인정했다.
특히 김 여사가 일정 수준의 주식 거래 경험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단순 투자자를 넘어 거래량과 수급 등을 고려해 매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취지다.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10년 6월 22일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면서 "그러면은 이거 지금 거래량은 얼마죠, 오늘요"라고 물었고, 직원이 "오늘 현재 거래량은 51만 주"라고 답하자 "어우 많이 됐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같은 해 10월 28일 10만 주를 매도하고, 11월 1일 8만 주를 매도할 당시 적어도 그 거래량이 평소 도이치모터스 하루 거래량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2010년 10월 22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사무실 전화는 다 녹음되지 않느냐"고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이 통화는 이른바 '주포' 김모 씨 측의 2차 시세조종이 시작된 직후 이뤄졌고, 같은 날 김 여사는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10억 원을 입금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관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의 평소 거래 태도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피고인이 증권사 직원에게 높은 금액에 매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들으면서도 놀라거나 별다른 의문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세조종 세력의 발언에 대한 판단도 1심과 엇갈렸다. 앞서 1심은 주가조작 선수 간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범이 아닌 외부인으로 봤다. 민 씨가 "매수 대기조는 대기만 시켜두냐"라고 묻자, 김 씨는 "피아가 분명한 팀은 조금씩 사야지. 김건희 싸가지 시스터스 같은 선수들은 말고"라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피고인이 주가조작 세력과 의사를 공유하는 '원팀'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세력 내에서 배제되거나 경계 대상이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수익을 정산받은 2011년 1월 13일 이후에 이뤄진 문자인 만큼 주포 측이 김 여사를 외부인으로 인식한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주포 측이 "김건희는 피해자",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고 언급한 통화에 대해서도 "피고인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던 여러 언론매체의 추적 보도나 시민단체의 고발 등으로 자신들의 시세조종 범행이 드러나게 되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나 위기감 속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그 통화 내용만으로 시세조종 범행에 대한 관여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알선수재 혐의 판단에서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의 통화 녹취록이 근거가 됐다.
김 여사는 2022년 3월 30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 때 뜬 번호를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연락처라고 알려준 뒤 "전화주세요. 언제든지. 제가 그러면 여기에 번호가 뜨면 당장 못 받더라도 그날 꼭 전화드릴 테니까요. 꼭 전화주세요"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윤영호 사이의 전화 통화 내용을 단순한 인사치레로 볼 수는 없고 피고인의 경우 새로운 정부에 대한 협조를 바라는 입장이었던 반면 윤영호의 경우 통일교 사업을 위해 그 남편인 윤석열에 대한 피고인의 적극적인 영향력 행사를 바라는 입장이었으며 상대방의 의사를 서로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성배라는 별도의 전달 창구가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먼저 전화를 걸어 이뤄진 최초 통화에서 명시적인 청탁 내용이 없었던 점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여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자본시장법 위반과 일부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뒤집었다.
특검팀은 전날 항소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판결에서 부당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등 특검의 항소 이유를 인정하지 않은 일부 무죄 부분에 상고했다.
김 여사도 지난달 30일 2심 상고장을 냈다. 김 여사 측 변호인단은 "2심 판결은 일부 정황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