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전자 일부 노조원이 회사와 공동 운영해 온 사회공헌 기부 약정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대 45조원 규모 성과급을 요구하며 이달 총파업까지 예고한 가운데 희귀질환 아동 등 취약계층을 위해 쓰여 온 기부금을 끊고 있는 상황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내게시판에는 초기업노조 조합원들이 주도한 '기부금 약정 취소' 인증 게시글이 100여건 넘게 올라와 있다. 일부 조합원은 다른 조합원에게 동참을 권유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며 약정 취소 분위기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부 제도는 삼성전자 직원이 월 급여 일부를 자율 후원하면 회사도 같은 액수를 보태 두 배로 기부하는 구조다. 지난 2010년 도입 이후 적립된 재원은 희귀질환·중증장애를 가진 아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지원 사업에 투입돼 왔다.
약정 취소 움직임은 노조가 삼성전자 측과의 성과급 협상에서 강경 노선을 택하면서 본격화됐다. 사내게시판에는 "회사 매칭 분이 아깝다", "차라리 조합비로 내겠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파업 국면에서도 유사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1인당 수억원에 이르는 성과급은 강하게 요구하면서 매월 수만원 수준의 취약계층 기부는 단체로 끊는 행보가 모순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회사와 임직원이 같이 적립해 온 매칭 기부금에는 공익적 가치를 함께 실천한다는 약속의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이를 성과급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노조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 다소 흐려졌다는 해석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초기업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의 15%에 해당하는 4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배당액 11조원의 4배,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 37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DS부문 직원 1인당 약 6억원이 돌아간다.
파업 비용 조달 방식에도 시선이 쏠린다. 노조는 쟁의 기간 월 조합비를 1만원에서 5만원으로 5배 끌어올린다. 인상분은 파업 스태프 1인당 300만원의 활동 수당으로 쓰일 예정이다. 사회 취약계층을 향한 매월 단위 기부는 끊으면서 자체 파업 자금은 다섯 배로 늘린 셈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부문 간 목소리가 갈리는 추세다. DS부문 위주의 요구안에 반발한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의 이탈이 가팔라지고 있다. 평소 두 자릿수에 머물던 일일 탈퇴 신청 건수는 지난달 28일부터 열흘간 2500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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