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험지서 일군 '살림의 정치'…남인순 "부의장 돼 협치·성과 국회로"


약자 곁 지킨 30년, 거리와 국회 잇는 '현장 정치'
李 정부와 동행…"입법 속도 낼 것"
강남 3구 3선 만든 '경청의 정치'

22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국민의 얼굴을 닮은 다양성 있는 국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정치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저는 살리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분명했다. 여성·노동·인권 현장을 거쳐 국회에 들어오기까지 30년. 그의 시선은 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서울 송파병, 이른바 '강남 3구'라 불리는 보수 텃밭에서 내리 3선을 일궈낸 이력은 그런 정치의 결과였다. 민주당 간판으로 버티기 쉽지 않은 지역에서 살아남은 비결을 묻자, 그는 "듣는 것"이라고 답했다.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태도,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는 정치. 남 의원이 말하는 '책임의 정치'는 그렇게 현장에서 축적돼 왔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남 의원의 목소리에는 30년 여성 운동의 현장과 12년 의정 활동의 무게가 동시에 실려 있었다. 이제 그는 그 묵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22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70년 헌정사 동안 여성 부의장이 단 두 명뿐이었던 '금녀의 벽'을 다시 한번 허물겠다는 의지다. 남 의원은 이번 부의장 출마가 단순한 직책 도전이 아닌,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양극화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소명임을 강조했다.

남 의원은 특히 '여성 부의장'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그는 "세계 의회의 여성 의장은 23.8%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견고하다"며 "여성 중진 의원으로서 부의장을 맡게 된다면 22대 국회가 보다 국민의 얼굴을 닮은 다양성 있는 국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정치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축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으로, 성남시장 시절 공공 산후조리원 정책을 두고 중앙정부와 맞섰던 때부터 대선 경선 캠프 서울 총괄, 대표 시절 단식 투쟁 현장까지. 그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 대통령 곁에서 '실행력'을 보탰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완성시키는 것이다." 후반기 국회에서 민생 입법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단순한 정치적 연대가 아닌 '함께 만든 시간'에서 비롯된 약속에 가까웠다.

남 의원은 자신의 정치를 '살림의 정치'라 정의한다. 집안일이 아닌, 사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치(治)'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는 뜻이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약자의 목소리를 감지하는 '안테나'를 가진 정치인. 그가 부수려는 것은 유리천장만이 아니다. 차갑고 삭막해진 여의도 정치에 '살림'의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더팩트>는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 의원을 만나 제22대 국회 후반기를 향한 그의 구상과 각오, 부의장 출마의 변을 직접 들었다.

다음은 남 의원과의 일문일답.

남 의원은 민주당 몫 부의장으로서 민생 입법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용희 기자

-부의장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지금 22대 국회는 불법 계엄을 해제한 국회다. 그만큼 민주주의 보루,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강한 민주주의, 방어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사회는 자산, 소득뿐 아니라 생각의 양극화도 심해졌다. 극우적 태도, 혐오, 반민주적 생각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방어하는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한다.

개헌도 역시 중요한 과제다. 불법 계엄 방지, 부마항쟁·5·18 정신 명시, 자치분권 강화, 대통령 4년 연임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 몫 부의장으로서 민생 입법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고, 인구·AI·지방 소멸·기후 위기 등 복합 과제를 국회가 주도적으로 다뤄야 한다. 또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이끌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의원 외교 활동 지원에도 힘쓸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여성 부의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나.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지만, 국민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제헌국회 이후 70년간 의장단에 여성이 없었다. 여러 차례 도전이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만큼 정치 영역, 특히 의장단은 유리천장이 매우 두꺼운 자리다. 이를 깨는 것이 지금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서는 여성 부의장이 배출됐지만, 22대 전반기에는 그 흐름이 끊겼다. 후반기에는 반드시 여성 부의장이 꼭 나와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격차는 분명하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여성 국회의장 비율은 23.8%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의장단 구성은 경제 수준이나 민주주의 수준에 비춰봤을 때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30여 년간 여성·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경청'과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를 보다 다양성을 반영하고 국민의 얼굴을 닮은 공간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의 차담을 통해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남용희 기자

-국회 내 성평등 의제와 구조 개선과 관련해, 부의장으로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2015~2016년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여성 국회의원 비율, 고위직 여성 비율, 여성 보좌진 현황 등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런 작업이 일회성에 그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부의장이 된다면 이를 제도화해 성평등 지표를 개발하고, 정책 과제를 발굴·평가해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

또 청소 노동자, 보좌진, 언론인 등 다양한 국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국회의 인사·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물리적인 환경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국회 내 장애인 시설 개선이나 공간 구조 문제는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많다. 국회는 다양한 국민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누구나 차별 없이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의장으로서 국회를 인권 친화적이고 성평등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의원들과의 차담을 통해 들은 요구나, 바라는 의장단의 모습은 무엇이었나.

"묵혀 있는 과제를 챙겨달라는 것"이다.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하고도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나 협의 지연으로 막히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입법 정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 과거사 문제나 민주유공자 관련 법안처럼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사안들을 의장단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둘째는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대화의 방식과 표현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고, 서로 존중하며 토론하는 문화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어와 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셋째는 '지방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배려' 문제다. 세종 분원 논의와 맞물려 숙소와 이동 등 의정활동 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공유 숙소 등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남 의원은 여야 협의 구조를 복원하고 본회의 안건을 사전에 통보하는 등 국회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여야 대치가 일상화된 국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부의장이 될 경우 추진할 제도·운영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 국회는 여야 간 정례적인 협의 구조가 많이 약화된 상태다. 원래는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안건이 조율되는 것이 정상인데, 최근에는 의장이 직접 조정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 간 상시적인 소통 창구를 복원하고 이를 정례화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구조를 제도적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는 '예측 가능한 국회 운영'이다. 현재는 본회의 안건이 당일에야 통보되는 경우가 많아 의원들이 충분한 검토가 어렵다. 특히 소수 정당은 당론을 정할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본회의 안건을 최소 하루 전에 확정·통보하도록 국회 규칙을 명확히 하고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아울러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안건이 본회의 단계에서 필리버스터나 협의 지연으로 막히는 구조도 반복되고 있다. 이는 입법의 안정성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토론할 것은 충분히 토론하되, 최종적으로는 입법과 예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에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도 '싸우지 말고 일하라'는 것인데, 그 요구에 답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는 국회로 바뀌어야 한다.

남 의원은 경청을 기반으로 한 논의 구조를 만들어 여야 간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협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남용희 기자

-여야 충돌이 일상화된 국회에서 협상을 이끌어낼 본인만의 방식과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

협상은 공식 회의뿐 아니라 평소에 쌓아온 관계와 네트워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상임위와 연구모임, 친선 교류 등 다양한 접점에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 중요한데, 코로나 이후 함께 식사하거나 비공식적으로 소통하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국회가 많이 삭막해졌다. 4선 의원으로 활동하며 여야 의원들과 쌓아온 관계,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소통 경험을 바탕으로 갈등의 벽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의 강점은 '경청'이다. 이번에 내건 캐치프레이즈인 '소통과 경청의 여성 부의장' 역시 그간의 의정 경험에서 비롯됐다. 정개특위 위원장 시절 전원위원회를 통해 100여 명의 의원들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듣고 접점을 찾는 경험을 했다. 갈등이 큰 사안일수록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협상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끈질긴 과정이다. 다양한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의원 간 교류를 활성화하며, 경청을 기반으로 한 논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여야 간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협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경쟁 후보와 비교했을 때 본인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민주당을 위해 헌신해 온 경험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사회의 아픈 지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국회의원으로서 스스로 결단해야 하는 순간마다 앞에 서 왔고, 계엄 사태 당시 탄핵 촉구 단식, 국정원 댓글 사건 특검 요구 단식, 세월호 참사 현장 대응 등 사회의 아픈 지점마다 역할을 해왔다.

또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 성과로 연결해 온 경험도 있다. 환자기본법 제정, 청년 첫 보험료 지원법 통과, 인구전략기본법 개정 추진 등 정부 정책을 실제 입법으로 구체화하는 데 기여해왔다. 아울러 여성·장애인·청년 등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이들을 대변해 온 감수성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소통 능력도 강점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국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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