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이름 지을 자유 침해?…헌재, '이름에 쓰는 한자 제한' 합헌


"공동체 구성원이 실제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해야"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한 법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한 법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법 44조 3항 등이 부모의 자녀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출생신고 때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써야 한다고 규정한다.

A 씨는 태어난 딸의 이름에 '래'(婡)자를 넣어 출생신고를 했으나 담당 공무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자녀의 이름은 자녀가 사회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므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어,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인명용 한자수 9389자에 이르며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나 일본의 인명용 한자보다 많은 수준이다. 통상 허용되지 않는 한자 이름을 공적인 장부에는 등록할 수 없더라도 사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다. 자녀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제한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정미, 김복형, 마은혁, 오영준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름에 쓰는 한자 제한은 1990년 호적제도에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한자가 개인의 식별과 법률관계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했고 행정업무 체계가 전산화되기 이전이었으므로 필요성이 있었다고 봤다.

다만 지금은 성명의 한자가 개인의 동일성 식별에 잘 쓰이지 않고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등록할 수 없도록 한다고 해서 지장이 크지않다며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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