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오뚜기가 '내수의 늪'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경쟁사들이 해외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았던 오뚜기 또한 체질 개선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의 지난해 매출은 3조6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상승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773억원, 당기순이익은 72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0.2%, 47.6% 하락했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오뚜기의 고전은 더욱 도드라진다.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3조5143억원으로 전년(3조4387억원) 대비 2.2%, 영업이익은 1840억원으로 전년(1631억원) 대비 12.8% 상승했다.
삼양식품은 매출 2조351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원 고지를 밟았다. 전년(1조7280억원) 대비 36.1%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 또한 5242억원으로 전년(2446억원) 대비 52.1% 급증했다.
오뚜기는 매출 규모 면에서 여전히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며 외형 방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매출은 2023년 3조4545억원에서 2024년 3조5391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3년 254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2220억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2022년 2785억원에서 2024년 1376억원까지 줄어들며 체질 개선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경쟁사 대비 높은 내수 의존도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내수 소비 침체와 더불어 인건비 및 각종 유틸리티 비용 상승, 환율과 원재료 가격 오름세 등 대내외 악재를 방어할 '글로벌 완충 지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8838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약 80.1%를 차지했다. 농심 역시 해외 법인 매출이 1조602억원으로 전체의 30.2%를 점유했다. 반면 오뚜기의 해외 매출은 4097억원으로 전체의 11.2%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해외 시장 공략이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고, 완충 역할을 할 해외 매출이 10%에 그쳐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며 "식품과 라면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서 라면 시장에서는 추격자(팔로워) 위치에 있고, 식품 부문은 중소업체들의 가세로 내수 경쟁이 한층 치열해져 해외 시장 진출이 다소 늦어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올해 1분기부터 해외 매출이 증가하고 원가율을 고려한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며 "2024년부터 체계적으로 해외매출 증대를 위한 인프라, 조직 등을 정비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뚜기의 해외 매출은 2022년 1960억원, 2023년 2191억원, 2024년 2428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 미국,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에 구축한 해외 법인 및 제조 시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반등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실질적인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6월 미국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에 4000만 달러(5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현지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9월에는 함영준 회장의 사위인 김재우 씨를 미국 법인 대표로 선임하는 등 현지 조직 체계도 강화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뚜기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뚜기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9421억원, 영업이익은 5.2% 증가한 605억원으로 관측됐다.
오뚜기는 최근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올해 △2027년 안양 도시형 신공장 준공 △신제품 연구 개발 △적극적인 국내외 영업활동 실시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미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 등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한 수익성 증진을 꾀하겠다는 로드맵도 발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식품 수출을 이끌고 있는 라면을 대표 품목으로 해외시장별 로컬마트 입점에 주력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경우 현지 고객들의 니즈와 수요를 반영한 현지화 제품들도 하반기부터 출시를 해서 기존 시장과 신시장 모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