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20년 넘게 만주와 한반도의 접경을 누빈 인류학자 강주원이 생생한 현장 기록을 담은 신간 '만주와 한반도를 잇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단절과 분단의 상징으로만 굳어진 두만강과 압록강의 박제된 이미지를 뒤집고, 수많은 이들이 운명을 걸고 강을 건넜던 과거와 여전히 물류가 흐르는 역동적인 현재를 정교하게 엮어냈다.
저자는 2000년 여름부터 중국 단둥을 포함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다니며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의 관계 맺음을 기록해 왔다. 이번 저서는 방대한 역사적 사실과 지리적 배경을 흥미로운 지식의 덩어리로 큐레이션하여 선보인다.
특히 안중근, 이회영, 백석, 윤동주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언제, 어떤 마음으로 그 강을 건넜는지 인물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과정에서 대중 매체가 덧씌운 고정관념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흔히 만주를 '늘 추운 땅'이나 '항일 투쟁의 무대'로만 기억하지만, 저자는 1908년 안중근이 강을 건널 때가 한겨울이 아닌 한여름 장마철이었음을 상기시킨다.
또한 당시 70만명에 달했던 이주민들의 동기가 독립운동부터 생계유지까지 얼마나 다층적이었는지를 보여주며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한다.
저자의 시선은 코로나19의 혹한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압록강의 물류와 사람들의 치열한 일상으로 향한다. 철조망이 강화된 상황에서도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다리 위로 거대한 물류가 흐르고 있었음을 포착했다.
저자는 단절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접경지대의 일상을 통해, 인간이 그어놓은 인위적인 경계가 결코 삶의 흐름을 완전히 가둘 수 없음을 증명해 낸다.
책은 국경을 대하는 관성적 태도를 지적한다. 남북 관계를 휴전선이라는 폐쇄적인 틀에서 벗어나 만주라는 렌즈로 바라볼 때, 한반도는 대륙으로 열린 활로를 가진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정의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국경 없는 두 강'의 이미지는 분단의 한계를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를 공존과 교류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강력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저자 강주원은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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