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대비 순이익이 감소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명예퇴직비용과 해외법인 관련 일회성 충당금 등 비용 부담이 반영되면서 표면 실적은 뒷걸음질쳤지만,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대를 넘어섰고 비은행 손익 비중도 20%대로 확대되는 등 체질 개선의 신호도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이 6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5대 금융그룹 중 당기순익이 줄어든 것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의 1분기 당기순익 감소는 수익성 부진보다는 비용 요인의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의 순영업수익은 2조7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6110억원 대비 5.6%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2조3030억원으로 2.3% 늘었고, 비이자이익도 4550억원으로 26.7% 증가했다.
문제는 비용 증가 폭이 수익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는 점이다. 1분기 판매관리비는 1조4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060억원 대비 9.0% 증가했다. 명예퇴직비용과 보험사 편입 효과, 교육세 영향 등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형 뱅킹(BaaS) 확대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손비용 부담도 커졌다. 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은 5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4360억원보다 20.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1조3350억원으로 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8690억원 대비 7.0% 감소했다. 해외법인 관련 일회성 충당금과 책임준공형 신탁 관련 충당금 등이 반영되면서 대손비용률도 0.53%로 높아졌다.
일회성 비용도 순이익 감소의 주요 배경이다. 우리금융은 1분기 명예퇴직비용 1830억원, 비화폐성 평가손실 등 환율 관련 영향 530억원, 인도네시아 관련 일회성 충당금 1380억원 등을 반영했다. 이 같은 요인을 제외한 순이익은 8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7900억원 대비 10.8% 증가했다.
다만 대손비용 증가에도 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우리금융의 1분기 대손비용률은 0.53%로 전년 동기 대비 0.07%포인트 상승했지만, 해외법인 등 일회성 충당금 요인을 제외한 경상 대손비용률은 0.39% 수준으로 제시됐다. 우리금융은 경기 회복 지연에도 기업 여신 내 우량등급 비중이 84.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비율도 1.6%로 충분한 버퍼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건전성 지표도 급격한 악화보다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물렀다. 그룹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8%로 전년 동기 0.69% 대비 소폭 낮아졌고, 요주의여신비율은 0.83%로 전년 동기 0.81%보다 0.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은행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3%로 전년 동기 0.32%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그룹 NPL커버리지비율은 124.8%로 전년 동기 132.7%보다 낮아져 향후 충당금 적립 여력과 부실채권 관리가 계속 관건으로 남았다.
자본비율 개선은 이번 실적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의 1분기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6%로 전년 말 12.9%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며 13%대에 조기 진입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에도 환율 민감자산을 선제적으로 감축한 결과,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부담을 제한했다는 설명이다. 그룹 BIS비율은 16.7%, 기본자본비율은 15.5%로 각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세부적으로도 자본 여력은 개선됐다. 우리금융의 1분기 말 자기자본은 40조1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고, 보통주자본은 32조8110억원으로 13.0% 증가했다. 기본자본도 37조3070억원으로 11.6% 확대됐다. 위험가중자산(RWA)은 241조2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자본 증가 속도가 RWA 증가율을 웃돌았다. 이는 자산 성장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CET1 13%대 진입은 향후 우리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주당 배당금을 22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높였고, 지난 2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이번에 CET1을 13.6%까지 끌어올리면서 비은행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 확대를 병행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개선은 우리금융이 이번 실적에서 강조할 수 있는 또 다른 변화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손익 비중은 지난해 1분기 8.8%에서 올해 1분기 23.5%로 확대됐다. 비은행 손익 규모도 610억원에서 1630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계열사별로도 비은행 재정비 효과가 일부 나타났다. 우리카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 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고, 우리금융캐피탈은 400억원으로 29.0% 늘었다. 우리투자증권은 1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00% 증가했다.
이는 우리금융이 추진해 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강 전략의 초기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아 금리와 대손비용 변화에 실적이 크게 흔들린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증권·보험·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면 은행 이자이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향후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을 검토하고,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대규모 증자를 통해 증권 부문을 그룹의 핵심 비은행 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동양생명 완전자회사화를 통한 보험 부문 재편 방향을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자기자본이 약 2조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되고, 자기자본 순위도 지난해 말 16위권에서 11위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곽성민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우리투자증권 증자와 관련해 "지난해 말 자기자본 순위가 16위 정도인데 1조원 증자를 5월 초에 마무리하면 11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초대형 IB와 종투사 달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조원 증자를 완료하면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2조2000억원 수준이 된다"며 "이후 증권사의 자체 수익 창출과 필요 시 추가 증자를 통해 내년까지 3조원 수준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위한 자본 요건을 단계적으로 맞춰가겠다는 취지다.
보험 부문 재편도 비은행 강화 전략의 한 축이다.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경영총괄 사장은 동양생명·ABL생명 합병과 관련해 "포괄적 주식교환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동양생명이 우리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된 이후 그룹 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 보험사의 합병 추진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을 통해 2개 생명보험 체제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경영 효율화와 규모의 경제, 운영비용 절감, 자본 관리와 건전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1분기 단기적으로는 순이익 감소가 부각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비은행 재정비의 방향성이 보다 뚜렷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CET1비율이 13.6%까지 올라오면서 자본 여력이 확보된 만큼, 이를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향후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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