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신우 기자] 인공지능(AI)이 콘텐츠 제작의 흐름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화계에도 AI를 활용한 작품이 잇따라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국내 첫 장편 영화 '중간계'(감독 강윤성)가 나오며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고, 불과 몇 개월 사이 100% 생성형 AI 활용 영화까지 등장하며 기술 발전 속도를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5월에는 두 편의 100% 생성형 AI 활용 장편 영화가 극장에 걸리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단순한 특수효과를 넘어 연출과 이미지, 캐릭터 구현까지 AI가 담당하며 영화 제작 패러다임 전반에 변화가 감지된다.
다만 기술 발전과 함께 법적·제도적 기준에 대한 논란도 뒤따른다. 실제 배우의 얼굴과 음성 등을 AI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초상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며 창작물의 저작권 범위에 대한 논쟁도 이어진다. AI 기술의 발전이 영화 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 '아이엠 포포', 100% 생성형 AI 장편 영화의 등장
가장 먼저 오는 5월 21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아이엠 포포'(감독 김일동)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초 100% 생성형 AI로 만든 장편 영화 '아이엠 포포'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로봇 포포가 잠재적 범죄성을 지닌 인간을 살해하게 되면서 확률로 판단하는 AI와 희망을 믿는 인간 사이의 충돌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재난을 예측해 인명을 구해온 '포포'가 단 한 번의 판단으로 위협적인 존재로 전락하는 서사를 통해 "확률은 판단이 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강조한다. 특히 이는 AI 시대를 맞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인간의 감정과 윤리, 기술의 판단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해당 작품은 이미 러시아 'Amur Autumn(아무르 오텀)' 국제영화제 특별상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기술적 시도를 넘어 하나의 웰메이드 영화로서도 주목받는 중이다.
'아이엠 포포'는 오는 5월 21일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 '한복 입은 남자', AI 영화 완성도 경쟁 본격화
AI 영화는 더 이상 기술 실험 단계가 아닌 완성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이엠 포포' 개봉과 같은 날 또 다른 100% AI 장편 영화 '한복 입은 남자'(감독 이상훈)가 공개된다. 우연히 동시 개봉하면서 최초의 100% AI 장편 영화 타이틀을 함께 획득하게 된 두 작품이기에 자연스럽게 비교 구도까지 형성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한복 입은 남자'는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 명나라를 거쳐 이탈리아 피렌체에 도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만나며 하늘을 나는 기계 '비차'를 연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지난 2월 열린 대한민국 인공지능 영화제(KACF)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부산 국제 AI영화제(BIAIF)와 세계AI영화제(WAIFF)에 연이어 초청, 오는 5월 2일 개최하는 제1회 부여국제히스토리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에서 기술과 서사를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복 입은 남자'는 제작 과정에서 미드저니(Midjourney), 나노 바나나(Nano Banana), 클링(Kling), Veo3 등 다양한 AI 툴을 활용하며 기술 발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거기에 각 장면 별 프롬프트를 챗GPT(ChatGPT)와 제미나이(Gemini)로 작성하고 영화적 문법으로 구현했다.
작품은 AI를 활용해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영화적 장면과 서사로 연결하는 연출 역량까지 입증하며 AI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복 입은 남자'는 오는 5월 2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 '검침원', AI 활용 논란이 영화계에 던진 과제
AI 영화의 확산은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염혜란의 얼굴을 AI로 구현해 논란이 된 단편 영화 '검침원'이다.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성형 AI로 제작된 영화 '검침원'이 공개됐다. 해당 작품은 염혜란의 목소리와 얼굴이 실제로 염혜란이 출연했다고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재현됐다.
제작진 측은 염혜란으로부터 초상권 사용을 정식으로 허락받았다면서 콘텐츠를 공개했지만 이후 염혜란의 소속사 에이스팩토리가 "당사는 해당 영상 제작에 대해 사전 협의나 허락 한 바가 없다"고 밝히며 비공개 처리됐다.
이 사건은 AI 기술이 실제 인물의 이미지와 연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초상권과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기준이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염혜란 역시 인터뷰를 통해 "발전된 AI 기술에 깜짝 놀랐다"며 "AI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 역시 배우들의 초상권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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