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본격화되면서 소상공인 및 유통가가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원금은 소득 기준 등에 따라 국민 70%에게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이 선별 지급되어 가계 소비 여력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지원금 규모(6조원)가 과거 코로나19 재난지원금(약 14조3000억원)과 지난해 소비쿠폰(약 12조1709억원) 대비 절반 이하에 머물러 실질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단기적인 '반짝 특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 골목상권 '지원금 환영' 스티커 부착…유통가 마케팅 분주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지원금은 전통시장, 편의점, 식당 등 연매출 30억원 이하 지역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따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유흥업소 및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 직접 결제 등은 사용처에서 제외된다.
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이날 주요 상권 가맹점 입구에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가능 매장' 안내문 또는 스티커가 일제히 부착되며 현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편의점 점주는 "매장 앞 안내문을 보고 지원금 사용 여부를 묻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매출 증가를 기대하며 생필품과 먹거리 위주로 매대를 평소보다 넉넉히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소액 소비가 잦은 업종 특성상 지원금 수혜 가구의 방문 빈도가 즉각적으로 높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과거 소비쿠폰 지급 당시 즉석밥, 라면, 음료 등 주요 품목 매출이 전월 대비 30%이상 증가하며 소비 진작 효과를 낸 바 있다. 이 경험에 기반해 주요 편의점 체인은 지급 시점에 맞춰 계란, 우유, 쌀, 라면 등 주요 생필품 할인 행사를 20%이상 확대하고 '1+1' 증정 프로모션을 강화했다. 아울러 행사카드로 결제 시 30%할인 혜택을 주는 등 적극적인 고객 유인에 나섰다.
외식업계 또한 외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메뉴 가격을 인상을 고심했던 업주들은 이번 지원금이 가계 여유 자금으로 활용되어 외식 빈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고깃집 운영자는 "최근 저녁 예약이 줄어 고심이 컸는데 이번 지원금 지급을 기점으로 가족 단위 외식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거 지원금 때도 평일 저녁 가족 손님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소비 진작 분위기가 형성되는 가운데, 배달 플랫폼 업계도 지원금 사용 편의성을 높이며 가세했다. 배달의민족은 플랫폼 내 직접 결제는 불가능하지만 '가게배달' 주문 시 '만나서 카드 결제' 기능을 통해 지원금을 쓸 수 있도록 안내를 대폭 강화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지원금 사용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입점 소상공인의 가게 운영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길 바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배민 앱 내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은 약 24만곳에 달한다.
◆ '반짝 효과' 지적도…유동성 공급에 따른 고물가 심화 우려
다만 이번 특수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원금 효과 소멸 이후의 소비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장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당장 매출이 오르는 것은 반갑지만 고유가와 식자재비 상승이 꺾이지 않는 한 근본적인 경영 안정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이 풀리면 당장은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나 결국 물가 상승을 유도해 고물가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6조원 규모의 지원금이 추가 지출이 아닌 기존 생활비를 대체하는 '대체 소비'에 그친 뒤 저축으로 흐를 경우 실질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보편적 지급보다 한계 자영업자를 향한 집중적인 지원을 대안으로 제언했다. 그는 "연매출 5000만원이나 1억원 미만의 영세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 등 직접적인 자생력 강화 방안이 더 적절하다"며 "금리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유동성 공급이 물가 압박을 가중해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지원책의 집행 속도를 높여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과 내수 활성화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원금 사용처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하반기 추가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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