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가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기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시장 여건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주택공급 현황 진단·건설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도심 내 우수 입지를 중심으로 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는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공적주택 110만가구 공급과 민간 주택 신속 공급 지원·주거환경 개선 등이 포함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적주택 110만 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 "수요 억제 중심 정책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워"
다만 정부는 공급 확대 기조와 함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시장 수요를 억제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대출 가능 금액을 줄였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낮췄다. 실거주 의무도 강화했다.
이 같은 조치는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공급 확대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시장 안정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며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엇박자는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와 맞물려 나타난다는 점에서 더 복잡하다. 수도권으로의 수요 집중과 아파트 중심 공급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들이다.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까지 겹치며 실제 공급 여건도 악화된 상태다.
수도권은 전체 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주택의 46.7%가 몰려 있다. 그럼에도 주택보급률은 97.3%로 100%에 미치지 못한다. 비수도권은 108.4%로 격차가 뚜렷하다. 특히 이는 인구와 경제 기능의 수도권 집중과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 최대 도시 인구 비중은 23.7%로 세계 평균보다 높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주거 수요도 함께 집중되고 있다.
OECD 보고서 'Korea’s Unborn Future: Understanding Low-Fertility Trends'에서는 서울을 회원국 중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로 지목했다. 지난 20년간 1인 가구 증가로 주택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 "수도권 집중 완화·안정적 공급 필요"
주택 유형은 아파트에 집중돼 있다. 국내 아파트 비중은 76.9%로 주요 국가 대비 높은 수준이다. 자산 가치와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 선호가 높아 시장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공급 변동성도 크다. 국내 주택공급은 4~5년 주기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한다. 인허가 기준 공급 변동성은 가격 변동성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택은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경기 변동과 공급 시점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미분양 등 불안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 한계로 진단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다양한 주택 유형 검토·안정적인 공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역할은 단기적인 '수도권 주택가격 억제 정책'에 머무르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 수요 구조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거주 여건을 개선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산업 육성·일자리 창출·생활 인프라 확충·교통 여건 개선 등을 통해 지방에서도 안정적인 거주 환경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수도권 1극 체제를 국가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집중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균형 발전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