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부담 낮추면 재정 부담↑…정부, 24일 4차 최고가격제 고심


휘발유 2000원 돌파…가격 억제에 시장 왜곡 부작용도
가격 억제에 체감 낮아져…“인위적 가격 통제 한계”

22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오는 24일 4차 석유 최고가격제 고시를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 억제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대신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산업통상부는 22일 4차 석유 최고가격제 인상 수준을 두고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3차 최고가격제를 2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공급가격은 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민생 부담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정부가 인상 수준을 고심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이란과의 휴전을 기한 없이 연장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전쟁 불확실성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원유 14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 7척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수급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4.52원, 경유는 1998.26원으로 집계됐다. 중동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27일과 비교해 각각 18.4%, 25.1% 상승하며 소비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정유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손실을 감수한 채 공급을 이어가고 있는데, 가격 통제 장기화로 시장 왜곡도 나타나는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영 주유소로 수요가 쏠리는 등 유통 구조 왜곡이 발생하고 있고, 정유사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 역시 변수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예비비는 약 4조2000억원 규모로 단기 대응 여력은 마련된 상태다. 정부는 정산위원회를 통해 정유사 손실을 보전할 방침이다. 하지만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가격 억제에 따른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정책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러놓으면서 에너지 위기에 대한 체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초기에는 급격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명분이 있었지만, 현재는 억눌린 가격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러놓다 보니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한 체감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통제 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쟁 국면이 확전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책 조정 여지도 커졌다는 평가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일정 부분 시장에 맡겨 수요 조절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등으로 이란의 수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되기는 쉽지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가격을 통해 부담을 분산하고 수요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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