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보다 더 퍼줬다…오비맥주, 10년간 2.8조 본사에 배당


AB인베브, 배당으로 인수금 40% 회수…본사 배 불리기 비판도
오비맥추 측 "R&D 600억 투입…배당은 재투자 위한 선순환"

카스로 국내 맥주 시장을 선점 중인 오비맥주가 외국계 기업에 인수된 후 지난 10년간 집행한 배당금 총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년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단행하고 있어 미래 투자보다는 본사의 수익 회수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팩트 DB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카스로 국내 맥주 시장을 선점 중인 오비맥주가 외국계 기업에 인수된 후 지난 10년간 집행한 배당금 총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년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단행하고 있어 미래 투자보다는 본사의 수익 회수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집행한 배당금 총액은 2조787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오비맥주의 연간 순이익 총액은 약 2조6041억원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더 많은 자금이 배당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에도 순이익(1607억원)보다 약 800억원 많은 24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집행하며 배당성향 149.3%를 기록했다. 오비맥주는 지주사 '버드와이저 브루잉 코리아 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나, 실질적 주인은 벨기에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맥주 기업 'AB인베브'다.

AB인베브는 지난 2014년 58억달러(약 6조7000억원)를 투입해 오비맥주를 인수했다. 이후 오비맥주는 국민 브랜드 '카스'를 앞세워 시장점유율 60%대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주류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회식 문화의 실종과 건강을 중시하는 '웰니스' 트렌드가 확산하며 주류 소비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9년 337만6714㎘에서 2024년 315만1371㎘로 5년 새 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맥주 출고량 역시 171만5995㎘에서 163만7210㎘로 4.6% 축소됐다.

카스로 국내 맥주 시장을 선점 중인 오비맥주가 외국계 기업에 인수된 후 지난 10년간 집행한 배당금 총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년 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단행하고 있어 미래 투자보다는 본사의 수익 회수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비맥주 카스

◆ 매해 배당금 수천억원 본사 송금…인수 대금 40% 회수

오비맥주는 AB인베브에 인수된 후 2016년과 2018년을 제외하고 10년 내내 수천억원대 배당금을 외국계 본사로 보냈다. 2022년을 빼면 매번 순이익을 상회하는 고배당을 강행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에는 순이익(16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4000억원을 배당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이로써 AB인베브가 10년 동안 거둬들인 배당금만 약 2조8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인수 자금(약 6조7000억원)의 40%가 넘는 액수다.

무리한 배당은 사내유보금을 깎아먹으면서까지 진행됐다. 오비맥주는 지난 2015년 말 이익잉여금이 1조3505억원이었으나, 배당을 집행하지 않던 2017년 말 1조9453억원으로 곳간을 최대치로 채웠다. 그러나 수천억원대 배당을 내리 집행하면서 지난해 말 처음으로 1조원 아래인 9590억원으로 내려갔다.

곳간이 절반으로 비는 사이 미래를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렸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지출한 시설 및 설비 투자액(유형자산 취득액)은 전년 대비 57.6% 급감한 333억원에 그쳤다. 이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집행한 유형자산 취득액(1453억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단적으로 하이트진로가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생산공장에 1350억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비맥주 측은 매해 500억~60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해 단행한 배당금이 R&D 투자액의 5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천문학적인 배당 규모에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또한 오비맥주는 지난해 여러 차례 논란에 서며, 소비자 눈총을 샀다. 오비맥주는 저렴한 중국산 맥아를 대량 수입하면서도 캔 라벨에는 이를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 기만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수입 신고한 맥아 63건 중 중국산이 19건으로 3분의 1을 차지했으나, 라벨에는 호주, 캐나다, 독일, 벨기에 등만 명시했다. 중국산 맥아는 서구권 맥아보다 최대 20%가량 저렴하다.

이 과정에서 관세 포탈 정황도 포착됐다. 오비맥주는 맥아를 수입하면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퇴직자들이 세운 업체들과 부적절한 거래로 관세를 피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오비맥주가 이들 업체로부터 저율 관세의 맥아를 고가에 매입한 뒤, 그 차액을 페이백 형태로 되돌려 받았는지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세청도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매년 반복되는 수천억원 규모의 배당금도 적절했는지 등 자금 흐름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무리한 원가 절감이 결국 본사의 고배당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이와 관련해 오비맥주 측은 "R&D 비용으로만 600억원 가까이 투입하며 사업 투자도 항상 병행하고 있다"면서 "투자액도 인력 채용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대주주에 대한 적절한 배당이 있어야 다시 재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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