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악마는 프라다2'로 20년 만에 다시 뭉쳤다. 전 세계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생 캐릭터로 돌아온 두 사람이 이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또 한 번의 흥행을 맛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는 29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이하 '악마는 프라다2')는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브런트 분)와 재회하고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거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로런 와이즈버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는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앤디가 세계적인 패션 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패션에 관심이 없던 그는 혹독한 업무를 지시하면서 완벽만을 요구하는 상사와 일하면서 점점 변화하고 성공에 가까워지지만 그 과정에서 흐릿해져 가는 원래의 꿈, 자신의 가치와 삶의 균형 등을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화려한 패션 업계의 치열한 이면을 담은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사회 초년생의 성장 서사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국가를 넘어 많은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부터 화려한 의상과 스타일링, 패션 업계의 비하인드를 엿볼 수 있는 설정으로 재미와 볼거리를 모두 선사하며 3억 2600만 달러(한화 약 4816억 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그로부터 20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오는 '악마는 프라다'다. 미란다와 앤디는 물론이고 에밀리와 나이젤(스탠리 투치 분)까지 전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그대로 돌아왔고,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을 필두로 원년 제작진도 다시 의기투합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제작되는 후속편의 경우 캐릭터나 배우들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만남은 팬들에게 더 큰 설렘을 안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편이 치열한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사회 초년생 앤디의 성장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20년 사이 완전히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한층 확장된 서사를 선보인다. 트렌드와 클래식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정교한 스타일링과 화려한 비주얼도 더하며 시각적인 즐거움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고.
이는 앞서 국내 취재진에게 공개된 풋티지(영화나 영상 제작 시 미편집한 원본) 영상만 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먼저 20년이 흐른 만큼 변화하고 성장한 앤디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시상식에서 우수한 기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음과 동시에 재정난으로 인해 직장에서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은 그는 기쁨의 소감 대신 저널리즘의 중요성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가 하면 미란다는 여전히 '런웨이' 편집장의 자리를 지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다만 어떠한 이유로 매거진의 광고주들이 모두 떠날 위기에 처하자 대표는 알고리즘을 탄 앤디의 영상을 보고 그를 기획 에디터로 스카우트한다. 이렇게 재회한 미란다와 앤디는 비서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으로 성장한 에밀리를 만나러 간다.
짧은 영상에는 앤디가 왜 '런웨이'로 돌아가게 됐는지부터 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한 캐릭터들의 현재를 확인시켜 주며 본편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는 지난 8일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레드카펫과 각종 콘텐츠에 출연하는 사전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동안 오랜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오며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준 시리즈들은 많았으나 이게 꼭 흥행 보증 수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30년 만에 속편을 제작한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은 전편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술적인 완성도와 서사를 끌어올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글래디에이터 Ⅱ' '블레이드 러너 2049' '28년 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은 제작 단계에서 모았던 관심이 곧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으며 아쉽게 퇴장했다.
그렇기에 많은 여성의 '인생 영화'로 꼽히며 여전히 유효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원년 캐스트들이 복귀한 점은 기존 팬층의 확실한 관람으로 이어지며 흥행 기대를 높이는 요소이지만, 새로운 젊은 관객층을 얼마나 불러 모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악마는 프라다2'를 두고도 여러 시선이 존재하는 가운데, 메릴 스트립은 "이 시나리오는 지금 와야 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야 1편을 보고 놀랐던 것처럼 2편을 보고 놀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이는 그저 관객들의 많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제작된 후속편을 넘어 지금의 사회와 시대적 변화 속에서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방증한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1년 전이자 종이 매거진이 중심이었던 시절에서 모두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을 정도로 디지털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급변하는 미디어 지형과 패션 산업의 민낯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야기를 내세운 '악마는 프라다2'다. 기존 팬들이 사랑하는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스토리로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후속편의 흥행 공식을 따르며 1편을 재밌게 본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어 새로운 관객층도 성공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