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금강송이 던진 질문…농업유산, 보존을 넘어 전략으로

수원시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금강송 곁에 행사 포스터. /울진군

[더팩트ㅣ울진=김성권 기자] 경기 수원시의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기획전 '금강송 곁에'는 단순한 지역 홍보 전시로 보기 어렵다. 전시는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농업유산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금까지 농업유산은 대체로 '보존'의 틀 안에서 다뤄져 왔다. 오래된 것,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 그래서 지켜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은 이 익숙한 프레임을 비껴간다. 숲과 송이버섯, 그리고 사람의 삶이 맞물려 돌아가는 이 구조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작동하는 생태·경제 시스템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우리는 이 같은 농업유산을 여전히 '지켜야 할 대상'으로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시가 강조하는 '공생'과 '순환'의 가치는 분명 오늘날 더 절실하다. 기후 위기, 생태 파괴, 농업의 지속가능성 위기 속에서 금강송 산지농업은 하나의 대안적 모델로 읽힐 수 있다.

그럼에도 정책과 산업의 언어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등재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지역의 소득과 연결하고,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타이틀'은 금세 상징으로만 남게 된다.

특히 금강송과 송이버섯이 보여주는 관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이 개입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곧 생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효율과 속도를 앞세운 기존 농업 정책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더 분명해진다.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이, 더 빠르게'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더 오래, 더 지속가능하게'로 전환할 것인가.

전시 공간을 채운 모듈형 구조물과 열린 동선은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농업유산은 특정 지역의 고정된 자산이 아니라 어디서든 공유되고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울진의 이야기가 곧 전국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농업유산을 문화재처럼 보존하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미래 산업과 정책의 한 축으로 끌어올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금강송 숲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속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문제는 그것을 '이야기'로 남길 것인지, '전략'으로 만들 것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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