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인터스코프 레코드(Interscope Records)와 비츠 일렉트로닉(Beats Electronics) 등을 설립한 음악 산업의 거물 지미 아이오빈(Jimmy Iovine)은 지난 2월 팟캐스트 파운더스(Founders)에 출연해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다.
2월 1일 공개된 파운더스 운영자 데이비드 센라(David Senra)와 인터뷰에서 지미 아이오빈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통기한이 다하기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얼핏 듣기엔 이상한 이야기다. 미국음반산업협회 2025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음악 시장은 역대 최고치인 115억 달러(약 17조 418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이 중 스트리밍 서비스는 55.3%인 64억 달러(약 9조 4841억 원)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꼭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의 음악산업이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상황이다. 하지만 지미 아이오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자 수가 늘면 저작권료 지출도 늘어 규모의 경제가 성립하기 어렵고, 또 낮은 마진율은 결국 아티스트를 쥐어짜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지미 아이오빈은 스트리밍 업체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아티스트가 자신의 팬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점이나, 상위권 소수의 스타에게 거의 모든 수익이 집중되는 '프로 라타(Pro-Rata, 전체 금액을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 정산 방식. 지미 아이오빈은 실제 요금을 결제한 소비자는 A라는 가수를 듣기 위해 돈을 지불했어도 해당 요금제를 공유하는 다른 가족이 B라는 가수를 반복 플레이하면 결국 A에게 가야 할 돈까지 B에게 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등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계에 부딪히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독점 콘텐츠'의 부재였다. 예를 들어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나 '무빙' 시리즈처럼 각각의 독점 콘텐츠가 있다. 그리고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해당 플랫폼을 결제해야 한다.
반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두가 똑같은 곡을 제공하기 때문에 플랫폼별로 차별점이 없고, 음악도 그저 공공재가 됐다고 꼬집었다.
그 말처럼 현재 스트리밍 업체는 특정 아티스트를 독점해 음반을 발매하는 경우는 없다.
시도는 있었다. 미국의 래퍼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2022년 'DONDA2(돈다2)'를 오직 '스템 플레이어(Stem Player)'라는 플랫폼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게 발매한 바 있으며, 래퍼 제이지(JAY-Z)가 인수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TIDDAL)도 초창기 리한나(Rihanna), 비욘세(Beyoncé), 릴 웨인(Lil Wayne) 등 여러 유명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독점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칸예 웨스트는 스템 플레이어와 협업이 중단되자 2025년 4월 'DONDA2'를 각 스트리밍 업체에 등록했고 타이달의 독점 콘텐츠 역시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여기서 궁금한 건 각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들은 이 같은 독점 발매를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다.
국내의 한 음악 스트리밍 업체 임원 A씨는 <더팩트>에 "국내 음악 플랫폼은 사실상 '못 하는 것'에 가깝다. 만약 특정 플랫폼이 독점 계약을 해서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 모든 플랫폼이 뛰어들면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될 게 뻔하다. 반대로 들인 비용에 비해 기대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으면 굳이 할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독점 발매가 효과가 있으려면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지닌 아티스트가 자신의 팬덤을 독점 계약한 스트리밍 업체로 끌고 와야 한다. 그런 아티스트가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를 두고 국내 업체와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며 "또 아무리 인기 아티스트라고 해도 이용하는 플랫폼을 옮기라고 하면 팬 중에 이탈자가 생길 수도 있다. 아티스트가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리도 없다"고 덧붙였다.
제작자 입장도 비슷했다. K팝 가수 제작자 B씨는 "압도적으로 큰 계약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면 팬들의 콘텐츠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반기는 제작자나 아티스트는 없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전 세계 모든 스트리밍 업체가 단 두 군데로 통합되거나 독점 계약의 대가로 평소 매출의 수십 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독점 발매는 고려하지 않을 듯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또 B씨는 "비디오 스트리밍과 음악 스트리밍은 결이 다르다. 비디오 스트리밍은 초기 제작비를 OTT에서 모두 지불하는 대신 이후 벌어들이는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의 모델이기 때문에 독점 콘텐츠가 가능하다"며 "반면 음악은 스트리밍뿐만 아니라 실물 음반이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공연이나 굿즈 등의 매출을 고려하면 최대한 많은 곳에서 플레이되는 것이 이득이다. 애초에 특정 플랫폼에 독점적 지위나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B씨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음악은 무료'라는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잠깐의 광고를 보면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또 지금은 요금제가 분리됐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면 유튜브뮤직이 공짜였다. 이를 앞세워 유튜브뮤직은 국내 점유율 40%를 넘겼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도 커졌다.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기 위해서 1만 5000원은 선뜻 구매하지만, 1만 원이면 1개월 동안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은 구매하기 꺼리는 이유"라며 "음악 스트리밍 업체의 수익 모델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독점 제공보다는 이런 구조와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