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경선이 이원택 후보 확정으로 마무리됐지만,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도덕성 잣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던 김관영 전 전북지사는 의혹 제기 당일 하루 만에 제명된 반면, 이 후보는 '법인카드 대납 의혹'에도 불구하고 당 윤리감찰에서 '혐의 없음' 결론을 받고 경선을 완주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이 후보가 안 후보를 제치고 전북지사 최종후보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후보로 확정되며 논란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혹은 지난해 11월 29일 전북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청년 정책 간담회 식사비 결제 방식에서 비롯됐다. 당시 발생한 식사·음주 비용 72만7000원 가운데 일부를 측근인 김슬지 도의원이 도의회 업무추진비 등으로 결제하면서, 이 후보가 이를 사실상 대납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해당 자리가 청년들의 요청으로 마련된 간담회였으며, 본인과 수행원의 식사비는 직접 결제했다고 해명했으나 민주당은 즉각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윤리감찰단은 지난 8일 이 후보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과를 내렸다. 윤리감찰단은 이 후보가 본인과 보좌진 식사비를 당일 직접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일부 최고위원은 김 지사 의혹 처리 기준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경선을 미루고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견 충돌로 당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되기도 했다.
이번 결정은 김 지사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역 청년들에게 대리비 명목의 돈봉투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김 지사는 의혹 제기 당일 저녁 곧바로 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에 당내에서는 '같은 도덕성 문제를 두고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지도부의 일관성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판단에 계파 변수까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가 당내 친정청래(친청)계로 분류되는 만큼 지도부의 판단에 계파적 고려가 반영됐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경선에서 이 후보의 상대는 친이재명(친명)계로 불리는 안호영 후보다. 안 후보는 이번 경선을 연기하고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언주·강득구 최고위원 등이 제명된 김 지사 사례와의 형평성과 부실 조사 가능성을 지적하며 경선 연기를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 등 일부 지도부가 예정된 경선 강행 방침을 고수하면서 경선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 같은 단호한 결정 역시 계파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계파 간 이견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결국 지방선거 승리라는 공통 목표 아래 이번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사안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무적 판단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에서 유력 후보들이 동시에 의혹에 휘말릴 경우 선거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지도부가 속도감 있는 결정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경선 일정 변경에 선을 긋는 기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이미 경선 날짜와 시간이 정해진 상황에서, 혐의 없음 결론이 난 사안을 이유로 경선을 연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탄원서만으로 경선을 미루기 시작하면 다른 지역도 모두 연기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다.
결국 이 후보는 안 후보와의 2인 경선에서 승리하며 전북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다만 안 후보 측이 재감찰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경선 이후에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경찰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도덕성 잣대'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