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은 존재할까?…‘야구 감독’의 역할을 묻는다 [김대호의 야구생각]


감독의 능력인가, 팀 잘 만난 행운인가
야구 감독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33%

김응용 감독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감독 시절엔 2년 연속 9위에 머물러 지도력에 큰 흠집이 났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야구 감독은 다른 종목의 감독과 다른 점이 많다. 선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백넘버를 다는 감독은 야구밖에 없다. 경기 중 감독이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있는 종목은 야구밖에 없다. 감독이라는 영어 표현에서도 야구만 ‘Manager’라는 단어를 쓴다. 다른 종목은 ‘Head Coach’라고 부른다. 다른 종목 보다 감독의 권한이 엄청 커 보인다. 실제는 정반대다. 야구만큼 감독의 영향력이 적은 종목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1281승을 올린 화이티 허조그 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2024년 사망)은 "아무리 못난 감독도 3분의 1은 이기고, 아무리 잘난 감독도 3분의 1은 진다"라고 말했다. 허조그 감독은 1등과 꼴찌는 나머지 3분의 1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감독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승부는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허조그 감독은 이런 말도 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건 야구를 잘 모르는 프런트와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프런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강조한 대목이다.

화이티 허조그 전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힌다. 허조그 감독은 2009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AP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우승을 많이 한 사령탑은 김응용 감독이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에서 9차례, 삼성 라이온즈에서 1차례 등 10차례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명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3년과 2014년 한화 이글스 감독 재직 시 2년 연속 9위를 기록해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김응용 감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감독 능력이 아니라 선수를 잘 만나서 우승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한때 ‘최고 승부사’로 통했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과감한 결단력 등 지도자로서 탁월한 덕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3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태형 감독은 2024년 롯데 지휘봉을 잡은 뒤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우승을 호언장담했지만 2024년과 2025년 연속 7위에 그쳤다. 올해로 계약이 끝난다. 시즌 초반부터 7연패 늪에 빠지는 등 하위권으로 처져 있다. 김태형 감독의 ‘능력’에 의문 부호가 따라 붙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2024년과 2025년 연속 7위에 머물렀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거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명망이 많이 희석됐다. /뉴시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2024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인 2025년 8위로 추락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있었지만 같은 팀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추락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2024년과 2025년 팀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았지만 ‘명장’으로 불리지 않는다. 스타 선수를 끌어모은 구단의 재력에 부러움을 나타낼 뿐이다. 야구 감독에 ‘명장’은 없다는 말이 와 닫는다. 팀을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면 ‘뛰어난 관리자’는 있을 것 같다. 괜히 야구 감독을 ‘Manager’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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