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잇달아 '조용한 생일'…창립기념 축하 없이 경영 철학 공유


'창립 73주년' SK그룹, 선혜원서 비공개 '메모리얼 데이'
삼성·LG도 차분한 창립일…포스코는 회장 메시지 전달

SK그룹은 8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진행한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잇달아 조용한 창립기념일을 보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별도 축하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차분하게 선대의 경영 철학을 되새기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창립 73주년을 맞았다. 계열사별로 창립일이 다르지만, 그룹의 경우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선경직물 공장 부지를 매입한 1953년 4월 8일을 창립일로 삼고 있다.

SK그룹은 회사 내부적으로 창립기념 행사를 열지 않는다. 이전부터 추구해 온 '조용한 생일'을 이어 나가는 모습이다. 다만 SK그룹 주요 경영진은 한자리에 모인다. 이날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다.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오너가와 일부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혜를 베푼다'라는 뜻의 선혜원은 1968년 최 창업회장이 사저 용도로 매입한 곳이다. 최 창업회장이 마지막까지 머문 곳이자, 최 회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장소이기도 하다. 잠시 임직원 연수원으로 활용되다가 리모델링을 거쳤고, 지난해 4월 SK 경영 철학을 전수하는 SK매니지먼트시스템(MS) 연구소 서울 분원으로 개관했다. 선혜원은 최근 방탄소년단(BTS) 5집 타이틀곡 '스윔(SWIM)'의 라이브 영상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SKMS는 최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해 45년 동안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한 SK 고유 경영 철학이다. 이처럼 최 창업회장, 최 선대회장의 발자취와 경영 철학을 모두 담고 있는 선혜원은 SK 창업 정신을 기리기엔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메모리얼 데이'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선대 경영 철학을 다시금 공유, 초심을 되새기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그룹은 기업 수장고 등에 장기간 보관한 최 선대회장 경영 철학, 기업 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 복원하는 작업을 거쳐 지난해 '선경실록'을 공개했다. 이처럼 기본과 초심의 가치가 조직 내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SK그룹은 설립 초기부터 내세운 경영 철학을 지속해서 되새기며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특유의 기업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다.

이날 창립기념일과 관련한 축하 메시지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SK그룹 관계자는 "'메모리얼 데이'는 비공개로 진행된다"며 "별도 경영 메시지는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창립기념일을 맞은 삼성과 LG는 별도 행사를 열지 않고, 경영 메시지 또한 내놓지 않았다. /더팩트 DB

SK그룹뿐만 아니라 최근 창립기념일을 맞은 기업들은 일제히 '조용한 생일'을 보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2일 그룹 창립 88주년을 맞았으나, 별도 행사를 열지 않았다. 삼성의 모태는 1938년 3월 1일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이 대구에서 세운 삼성상회(현 삼성물산)이지만,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8년 3월 22일 창업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이날을 창립일로 기념해 왔다. 다만 3월 22일은 현재 삼성물산 창업일로 여겨지고 있으며, 다른 계열사들은 별도 날짜를 챙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한 1988년 11월 1일을 창립일로 삼고 있다.

LG그룹 역시 창립 79주년인 지난달 27일 별도 행사를 열지 않았다. LG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않고 창립일을 공동 휴무일로 정해 임직원들이 경영 철학을 되새기며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그룹의 역사는 1947년 1월 5일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설립으로 시작됐으나, 1995년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취임 이후 회사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며 창립기념일 또한 3월 27일로 변경됐다.

그나마 최근 창립일을 맞은 기업 중에서 포스코그룹만이 별도 경영 메시지를 내놨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창립 58주년 기념사를 통해 철강 중심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에너지 사업을 축으로 미래 성장 기반도 다져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보호주의와 자원의 무기화, 세계 각지의 갈등과 분쟁이 그룹 사업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창업 정신을 바탕으로 담대하게 도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이 지난달 29일 창립기념일(한국이동통신 설립일)을 맞았다. 마찬가지로 자축 행사는 생략했다. 대신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창립 42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고객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정 대표를 비롯한 전체 임원과 고객신뢰위원회 위원 등 80여명은 찾아가는 서비스, 고객센터, 대리점, 공항 로밍센터, 시각장애인 복지관 등을 방문해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보내준 고객 신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 대표는 "그간 창립기념일이 자체 행사를 하며 축하하는 날이었다면, 앞으로는 기본으로 돌아가 '초심으로 다시 듣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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