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5일 열린다. 총재 지명 이후 공개된 재산신고에서 전체 재산 가운데 55.5%가 해외 금융자산과 부동산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청문회는 통화정책 역량 검증 못지않게 외화자산 보유에 따른 이해충돌 논란과 자산 형성 과정, 가족 관련 쟁점까지 다루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7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신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청문회에서는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 국면에서 외환·통화당국 수장으로서의 시장 인식, 재산 구조의 적절성, 가족 국적 및 병역 문제, 부동산 보유 현황 등이 집중적으로 검증될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 임기가 이달 20일 끝나는 만큼, 청문회는 차기 한은 수장의 정책 방향과 도덕성을 동시에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외화자산 비중이다.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신 후보자와 배우자, 장남 명의 재산은 총 82억4102만원이며 이 가운데 45억7472만원, 비중으로는 55.5%가 해외 금융자산과 해외 부동산이다. 신 후보자 본인은 미국·유럽 금융기관 등에 20억3654만원 규모의 외화 예금을 보유하고 있고, 15만파운드 상당의 영국 국채도 신고했다.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환산 자산가치가 커지는 구조여서 외환시장 안정에 책임을 지는 한은 총재 후보로서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함께 제기되고 있다.
신 후보자 측도 이런 문제 제기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지난 6일 "외화 자산의 비중이 큰 점에 대해 여러 우려가 제기되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외화 표시 자산을 매도하는 등 순차적으로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40년 넘는 해외 생활과 국제기구 경력 탓에 외화 기반 자산이 많아진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지만, 청문회에서는 단순 해명보다 구체적인 정리 계획과 직무 회피 장치까지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보유도 또 다른 검증 포인트다. 신 후보자는 본인 명의 서울 강남구 언주로 아파트를 15억900만원에, 부부 공동명의 서울 종로구 신문로 오피스텔을 18억원에 신고했다. 배우자 명의로는 미국 일리노이주 아파트도 2억8494만원 상당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 보유가 새 정부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후보자 측은 보유 주택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외화자산뿐 아니라 주택 보유 경위와 처분 방침의 실현 가능성도 함께 따져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관련 신상 검증도 피해가기 어렵다. 배우자는 미국 국적이고, 1996년생 장남은 영국 국적이다. 장남은 만 18세 이전 국적이탈 신고로 병역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 후보자 본인은 1982년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병역·국적 검증 프레임이 이번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안의 무게 중심은 개인 신상 자체보다, 한국 경제와 통화정책을 책임질 총재 후보로서의 공직 적합성 판단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 질의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신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첫 출근길에서 자신을 두고 나오는 '실용적 매파' 평가에 대해 매파·비둘기파 식 이분법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밝혔다. 또 현재 달러 유동성은 양호한 만큼 환율 수준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한 상황과 맞물려 청문회에서는 환율 인식, 금리 결정 원칙, 물가·성장·금융안정 사이의 우선순위가 핵심 정책 질문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신 후보자에 대해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통찰, 통화정책과 거시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 국제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 후보자는 BIS 통화경제국장과 경제보좌관, 뉴욕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 IMF 상주 연구자 등을 지낸 대표적 국제금융 전문가다.
다만 시장에선 신 후보자의 높은 외화자산 비중과 다주택 보유, 가족 국적 문제에 대한 해소 방안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으면 정책 신뢰도 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 총재는 시장과 정책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인 만큼, 외화자산 보유와 관련한 우려를 청문회에서 얼마나 투명하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