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어느새 인간의 업무를 깊숙이 침범하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창의성과 판단의 능력까지 AI가 장착했습니다. 인간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심과 함께 생산성 혁명이라는 기대감이 엇갈립니다. <더팩트>는 이번 [AI와 일자리] 기획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동료가 될지 아니면 인간의 대체재가 될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AI 혁명 속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 해법을 모색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제21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AI 세계 3대 강국'을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 새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123대 국정과제에 AI 전략을 포함시키고, 지난 2월 '대한민국 인공지능(AI) 행동계획'을 확정하며 정책을 구체화했다. 재교육 확대와 노동자 보호를 축으로 한 대응도 병행하면서 AI를 국가 생존 전략으로 삼겠다는 구상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8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 전략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AI 3대 강국' 비전은 희망 섞인 구호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할 핵심 생존 전략"이라며 "AI는 산업 전반의 체질을 선진화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여 우리나라를 새로운 번영의 시대로 이끄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AI 청사진은 지난 2월 25일 국가인공지능 전략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담겼다. 3대 정책 축과 12대 전략 분야, 99개 실행 과제와 326개 정책 권고를 통해 실행력을 끌어올렸다. 이 가운데 'AI 전환 대응 일자리 혁신·현장 역량 강화'와 '지역·계층 간 AI 교육격차 해소'는 노동 분야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 李 "AI 비전은 대한민국 미래 결정할 핵심 생존 전략"
AI 도입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은 단순 업무 대체를 넘어 직무 재구성 단계로 진입했다. 데이터 관리, 콘텐츠 생산, 회계, 번역 등 지식 기반 직종까지 영향이 퍼지며 AI 활용 역량이 고용 안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플랫폼 산업에서는 기술 도입 속도와 근로자 역량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재직자 재교육과 전환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프리랜서·긱워커 등 비전형 노동자는 여전히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산업 현장 중심의 일자리 혁신 정책을 추진한다. 노동부는 과기부·교육부·산업부 등과 협력해 올해 2분기까지 'AI 시대 일자리 변화 대응·고용안정 종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종합계획은 △중소기업 AI 도입과 연계한 구직자·재직자 AI 역량 강화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대상 사회안전망 확충 △공정 알고리즘 기준 마련 △AI 대체 고위험 직종 맞춤형 전환 지원과 실업 안전망 강화 등을 핵심 축으로 한다.
올해 2분기까지는 산업·직무별 AI 영향도를 분석해 직업 역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3분기부터 직장인 대상 재교육·전환 프로그램을 본격 시행한다. 하반기에는 평생학습·고용보험·취업 서비스를 연계한 개인 맞춤형 경력 설계 지원체계를 가동하고, 노동조건 결정 과정에서 AI 활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분야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2분기까지 AI 도입에 따른 소득·기회 상실에 대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포용적 노동 전환 국가 전략'을 수립한다. 소득 공백 지원과 재교육·직업 전환을 연계한 다층적 고용 안전망을 통해 기술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계층 간 AI 교육격차 해소도 병행된다. 정부는 지역 허브 기반 직업훈련·전환 프로그램 설계를 올해 2분기까지 마무리하고 3분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제도적 대응과 함께 사회적 대화도 재가동됐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AI 전환에 따른 노사 상생 위원회'를 구성해 산업 현장의 AI 도입 지원과 일자리 변화 대응을 위한 노사 협력 모델 마련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발간한 'AI 3대 강국을 향한 국가전략' 보고서는 △변화 예측력 강화 △AI 핵심 역량 개발과 직업훈련 체계 혁신 △노동권 보호 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실시간 노동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전 국민 디지털 기초역량 교육과 기업 단위 AI 적응 훈련, 전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노동권 보호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간담회에서 "AI로의 산업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사업 재편 과정에서 고용안정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동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AI 시대 노동정책…전 주기적 지원 체계로 확장해야"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노동자 AI 역량 강화 관련 초기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노동부는 이날 '노동시장 AI 인재양성 추진방안: AI+역량 Up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노동시장 진입·활동·전환기에 있는 모든 국민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30년까지 노동시장에 있는 국민 100만명 이상에 AI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재직자를 대상으로는 '중소기업 발굴→훈련 수요 진단→맞춤형 교육'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과기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부 등과 협업해 기업 발굴부터 훈련 설계까지 연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 '중소기업 AI 훈련확산센터'를 지정해 산업 현장과 AI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별 맞춤형 훈련 로드맵 설계도 지원한다. 정부는 상반기 중 'AI 대응 일자리 정책 로드맵'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재교육과 노동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AI 활용을 포함한 근로자 숙련 향상 행정명령'을 통해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을 국가 차원에서 확대했다. 업스킬링은 현재의 직무나 직업에서 더 높은 수준의 역량·기술을 갖추도록 기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킬링은 전혀 다른 직무나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새로운 기술·지식을 다시 배우는 것을 뜻한다.
주 단위 규제도 속속 도입됐다. 캘리포니아주는 AI가 교사 역할을 대체하는 사례를 제한했고, 뉴욕주는 AI 기반 출판물에 대한 규제를 마련했다. 채용이나 인사평가 과정에서 AI 활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술연합(Union of Skills)을 중심으로 평생학습 기반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학습계좌를 통해 고용 상태와 관계없이 재교육과 역량 개발을 지원하며 디지털·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기술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EU는 2024년 8월 'AI법(AI Act)'을 발효하며 규제 체계도 구축했다. 이 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과 불공정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을 추론하는 시스템은 '금지된 AI'로 규정했고 채용·승진·근태 평가 등은 '고위험 AI'로 분류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AI 시대 노동정책이 교육과 고용을 넘어 전 주기적 지원 체계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보고서는 "노동자는 기술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훈련·자격·매칭·고용·보상·정착까지 연계한 패키지형 정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도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월 14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IMF 공식 블로그에 "각국은 근로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기술을 습득하며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AI 기반 경제에 맞춰 교육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⑦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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