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회비 '1.5조 시대'… 현대·국민 '질주' vs 비씨 '주춤'


애플페이·PLCC 전략 효과…연체율 안정에 영업 확대 본격화
비용 효율화 속 상품 설계 경쟁 심화…효율적인 유행 반영 '관건'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이 또 한 번 역대급 연회비 수익을 거두며 견조한 영업 성과를 기록했다. /더팩트DB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이 또 한 번 역대급 연회비 수익을 거두며 견조한 영업 성과를 기록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환경환경이 나빠졌지만, 영업력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마련한 영향이다. 특히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가 두드러진 성과를 냈지만, 올해 업계 전반에 걸쳐 영업력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경쟁 구도에도 변화도 예상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의 합산 연회비 수익은 1조53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이후 5년 만에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가며 꾸준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카드사 가운데 연회비 수익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카드다. 지난해 3757억원을 기록하며 2024년 업계 최초로 3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전년 대비 360억원이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연내 4000억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현대카드의 실적 확대 배경에는 공격적인 상품 전략이 자리한다. 지난해 알파벳 시리즈 재출시로 MZ세대를 공략하고,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중장년층 수요를 흡수했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신상품을 연이어 선보인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KB국민카드 역시 연회비 수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14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이며 총 2154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율은 17.07%로 주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연회비 수익이 연간 300억원 이상 늘어난 곳은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 두 곳뿐이다. 신규 회원 모집 확대가 수익 증가로 직결되며 회원 기반 확장이 실적 개선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상품 출시와 기존 상품 정비는 카드사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꼽힌다. 소비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이를 반영한 상품 공급이 필수적이다. 통상 신용카드 상품 개발에는 3~6개월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도 혜택과 구조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회비 수익이 감소한 곳은 비씨카드다. 지난해 12월 ‘에어 시리즈’를 제외하면 최근 4년간 눈에 띄는 신상품이 부족했던 영향이다. 신규 고객 유입이 제한된 데다 기존 회원 이탈까지 겹치며 수익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유행을 반영한 신상품 출시는 회원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유인책"이라면서도 "상품 개발에는 흥행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연회비 수익 증가는 단순한 마케팅 확대보다 상품 설계 전략의 성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카드사 간 '진검 승부'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연체율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업황도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보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이 가능해졌다는 판단이다. 주요 카드사들은 신년 전략에서 외형 성장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신상품 확대와 회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경쟁력은 소비 트렌드 대응 전략이다. 카드 상품은 개발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출시 시점에 유행이 지나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병원, 편의점 등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가맹점 혜택과 최신 소비 흐름을 반영한 서비스를 균형 있게 결합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비용 효율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상품 설계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적립이나 할인 등 직관적인 혜택 강화는 단기 흥행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유효기간이 통상 5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역마진' 우려도 상존한다.

카드사들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와 제휴카드에 주목하는 것도 비용 효율화의 일환이다. 제휴카드는 출시 및 마케팅 비용을 파트너사와 분담할 수 있어 수익성과 신규 회원 확보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연회비 수익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는 회원 수다. 효율적인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과거보다 모집 전략이 복잡해졌다"라며 "업황 개선에 신상품 투자 여력이 커진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카드사가 올해 높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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