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김효주가 2026시즌 초반, 놀라운 경기력으로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김효주는 포티넷 파운더스컵에 이어 포드 챔피언십까지 정상에 오르며 2주 연속 우승과 함께 타이틀 방어에 성공, 한국 선수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중심에 섰다. 6개 대회를 마친 1일 현재 유일한 멀티플 위너로 상금(93만9,640달러), CME 포인트(1,268점), 올해의 선수(69점) 등 주요 개인 타이틀 부문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2주 연속 우승 경쟁을 펼쳤던 넬리 코다를 모두 자신의 발 아래 뒀다.
그러나 김효주가 정작 팬들과 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한 대회에서 두 차례나 11언더파 61타를 기록한 점이다. 이번 대회가 건조한 사막 기후의 피닉스에서 열린 관계로 페어웨이가 딱딱해 비거리가 많이 나오고, 컷오프가 5언더파에서 결정될 만큼 비교적 쉬운 코스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나흘 중 이틀을 61타로 마무리한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아무리 세계 정상급 선수라도 61타는 평생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대회에서 두 차례 61타를 기록한 것은 LPGA투어에서는 김효주 외에 사례를 찾기 어렵고, PGA투어에서도 2022-23시즌 RSM 클래식에서 루드빅 오베리가 3·4라운드 연속 61타(9언더파)를 기록한 정도가 유일하다.
그런데 정작 김효주에게 61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효주에게 ‘61’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우승을 의미한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출전한 프로대회와 비회원 신분으로 나섰던 LPGA투어 메이저대회,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모두 네 차례나 61타를 기록했다. 그 3개 대회 모두 우승으로 연결됐다. 가히 ‘Ms 61’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간 김효주가 만들어 온 놀라운 기록들을 살펴보자.
# 아마 시절, 국내 프로대회 9타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김효주가 세상을 놀라게 한 첫 장면은 아마추어 시절 프로대회에 출전해 쟁쟁한 프로들을 무려 9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여고 2년생, 17세의 나이로 출전한 2012년 KLPGA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 선수가 프로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당시 31번째라 아주 드문 경우는 아니나 9타차 압승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더해진 사례는 ‘슈퍼스타의 탄생’을 스스로 입증한 장면이었다. 2위를 차지한 문현희를 포함해 단 5명만이 언더파를 기록했을 만큼 난이도 높은 코스에서 홀로 16언더파를 친 것은 경이로울 수 밖에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
#14년 전에도 이미 61타를 기록한 ‘Ms 61’
17세때 이미 일본여자투어에서 11언더파 61타를 기록한 바 있다. 2012년 6월 JLPGA투어 산토리레이디스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작성한 이 기록은 당시 일본투어 최소타였다. 또한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했던 2014년 에비앙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도 자신의 생애 두번째 61타를 기록했는데, 이는 LPGA 메이저 최소타 타이기록(파71 기준 10언더파)에 해당한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59타를 기록하며 ‘Ms 59’라는 별칭을 얻은 것을 감안하면 김효주를 ‘Ms 61’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한일 양국 프로대회를 석권한 유일한 아마추어
2012년 롯데마트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같은 해 산토리여자오픈에서도 4타차로 정상에 오르며 일본 프로들 마저 압도했다. 박세리는 아마 시절 무려 여섯차례나 프로대회서 우승했고, 김미현도 두차례 프로대회를 우승한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였지만 일본투어까지 섭렵하지는 못했다. 또한 역시 같은 해 LPGA 메이저대회인 에비앙마스터스에도 출전해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공동 4위에 올라 향후 자신의 활약을 예고했다.
#세계 여자아마추어 팀선수권 우승
2012년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렸던 제25회 세계 여자아마추어 팀선수권에서 한국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한국팀은 김효주 외에 백규정과 김민선5 등 3명으로 구성됐는데 김효주가 7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4위)을 올려 독일을 3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당시 개인 순위는 뉴질랜드 대표로 출전한 리디아 고가 14언더파로 1위를 차지했으나 개인전은 시상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역대 5차례 정상에 오른 바 있다.
#LPGA 첫 승을 메이저로 장식
2014년 에비앙마스터스에서 18번홀 버디로 극적 우승, 자신의 투어 첫 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이 대회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2000년대 초반 아니카 소렌스탐과 쌍벽을 이뤘던 캐리 웹과 마지막 홀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명승부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첫날 무려 10언더파 61타를 치는 괴력을 발휘한 끝에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맞이한 김효주는 경기 막판 웹에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18번홀 버디를 기록, 보기로 무너진 웹을 1타차로 제치고 메이저 왕관을 썼다. 이 우승으로 투어 카드를 받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LPGA투어 활동에 들어간다.
김효주 골프는 단순히 우승 횟수나 기록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이미 10대의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프로 무대를 압도했고, 메이저 우승을 포함한 굵직한 성과들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그리고 서른을 꽉 채운 지금, 다시 한번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경기력으로 LPGA투어를 흔들고 있다.
(김효주는 이번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아람코챔피언십에 출전해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성공하면 2013년 박인비 이후 13년만의 위업이다. 김효주는 2024, 2025년 국내서 열린 LET(유럽여자투어) 아람코 코리아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투어는 다르나 같은 스폰서 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