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길 따라 흐르는 詩…봉화 띠띠미마을, 봄을 낭송하다


노란 꽃 물결 속 시·음악 어우러진 '신춘 시 낭송회'…자연과 문학이 만든 봄날의 쉼

28일 봉화군 봉성면 띠띠미마을에서 산수유 신춘 시 낭송회’가 열렸다. /봉화군

[더팩트ㅣ봉화=김성권 기자] 노란 산수유 꽃이 마을을 감싸 안은 봄날, 경북 봉화군의 작은 산골 마을에 시(詩)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오후, 봉화군 봉성면 띠띠미마을. 굽이굽이 이어진 산수유길을 따라 들어서자 봄빛을 머금은 노란 꽃들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바람은 아직 서늘했지만, 꽃과 사람의 온기가 어우러진 마을은 이미 한 계절 앞서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2026년 산수유 신춘 시 낭송회'가 조용히 막을 올렸다. 한국문인협회 봉화지부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개회식, 시 낭송, 음악공연까지 이어지며 한 편의 서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띠띠미마을 산수유 신춘 시 낭송회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봉화군

무대가 시작되기 전, 마을은 이미 하나의 풍경이었다. 골목길마다 걸린 시화 작품들이 꽃과 어우러져 자연 속 갤러리를 이루고 있었고, 방문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시를 읽으며 천천히 길을 걸었다. 꽃을 보러 왔다가 시를 만나고, 시를 읽다 다시 꽃을 바라보는 풍경이 반복됐다.

식전공연이 시작되자 마을의 공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퓨전 국악 선율이 산자락을 타고 흐르고, 이어진 성악과 통기타 연주는 봄날의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화려하기보다 담백한 공연이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이곳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본격적인 시 낭송 순서에서는 한국문인협회 봉화지부 회원들과 초대 작가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각자의 시를 들려주었다. 낭송은 꾸밈없이 담담했지만, 산수유 꽃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더 깊이 스며들었다. 한 구절, 한 문장이 봄 햇살처럼 천천히 마음에 내려앉았다.

관람객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시를 따라가고, 또 누군가는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시와 음악, 그리고 자연이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낸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었다.

임종득 국회의원이 시인 정지상의 송인을 낭독하고 있다. /임종득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특히 행사를 축하 하기위해 참석한 임종득 국회의원이 정지상의 '송인'을 원고없이 즉석에서 낭독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의 깊이를 담아낸 시의 울림을 전달해 큰 감동을 주었다.

행사를 마친 뒤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이어진 시화 전시를 다시 둘러보며, 산수유 꽃길을 천천히 걸었다.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과, 시 구절이 남긴 여운이 함께 이어졌다.

박완수 한국문인협회 봉화지부장은 "봉화의 자연 속에서 시를 나누는 이 시간이 많은 분들에게 작은 쉼이 되었으면 한다"며 "봄날의 따뜻한 기운을 가득 안고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마다 산수유 개화 시기에 맞춰 열리는 이 시 낭송회는 이제 봉화의 봄을 알리는 하나의 신호가 되고 있다. 화려한 축제는 아니지만,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진 이 조용한 행사는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날의 띠띠미마을은, 꽃이 아니라 시로 먼저 봄이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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