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화솔루션이 정기 주주총회 직후 단행한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기습 유증' 논란이 불거진 지 단 3거래일 만에 20% 넘게 주가가 빠지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27일) 한화솔루션은 전날보다 3.13% 내린 3만5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30일 장에서는 장 초반 하락했다가 오전 10시 50분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 등에 다시 2%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지만 장중 최처가는 3만365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전날인 지난 25일 종가(4만5000원) 대비 25%가량 내린 수치다.
시장의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된 모양새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발표 직후인 26일 하루 만에 18.22% 하락했다. 주주들은 기관과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지분 희석 우려가 크다며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주주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지점은 자금 조달 목적과 방식이다. 한화솔루션은 조달 자금 2조4000억원 중 약 62.5% 수준인 1조5000억원을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 배정 방식으로 단기 차입금·회사채 상환 등 채무 변제에 투입할 계획이다. 주주 희생을 담보로 하면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 비중보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비중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절차상 '깜깜이'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가 증자 발표 이틀 전인 24일 주총에서 유증 계획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주들의 찬성으로 발행예정주식수를 늘리는 정관 변경을 마치기도 했다.
뿔난 소액주주들은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액트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소액주주는 이날 오전 기준 약 2200여명의 주주가 참여해 163만7150주(지분율 0.95%), 시가 약 585억원 규모의 지분이 결집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이번 유상증자의 절차적 부당성을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회사 측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변경을 요구하는 주주서한 발송도 검토 중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화솔루션 경영진과 이사회는 책임 경영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다. 김동관 부회장이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장재수 의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4인 전원도 자발적인 주식 매수에 동참하기로 했다.
장재수 의장은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공감하며, 재무구조 안정화와 미래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하기에 매입에 동참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조달 자금의 62.5%가 빚 갚기에 쓰인다는 점이 주주들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요 증권사들은 지분 가치 희석 대비 재무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며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목소리는 정치권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경영 실패를 주주의 손실로 메우려는 것, 주주들을 단순히 돈만 대주는 물주로만 보는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 정부의 관치를 불러올 수 있는 어리석은 행위다. 한화솔루션 측이 책임 경영 의지를 밝히는 한편 명쾌한 해명과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말 기준 순차입금이 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1조5000억원 상환만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줄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