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밴드 데이식스(DAY6)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이자 밴드 신을 메이저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하지만 정작 그 데이식스의 멤버 원필은 "록스타와 팝스타 중에 굳이 고르자면 아무래도 록스타보다는 팝스타가 더 맞는 것 같다. 팝스타도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데이식스로도 솔로로도 록스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물론 데이식스 음악 전반에 위치한 팝 록적인 성향이나 2022년 원필이 선보였던 첫 솔로 정규앨범 'Pilmography(필모그래피)'가 대부분 팝 발라드 트랙으로 채워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완전히 엉뚱한 답변은 아니다.
하지만 이 대답에 생각이 많아진 이유는 30일 발매되는 EP 'Unpiltered(언필터드)'의 타이틀곡 '사랑병동'을 들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EP 발매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먼저 들어 본 '사랑병동'은 원필 솔로는 물론이고 데이식스의 음악에서도 들어 보지 못한 묵직한 기타 리프와 거친 신시사이저, 날것의 드럼 사운드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Unpiltered'에 수록된 모든 곡이 비슷한 사운드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앨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타이틀곡 '사랑병동'은 거친 개러지 록이나 얼터너티브 록에 가까웠다.
이에 <더팩트>는 '록스타다운 음악'으로 돌아온 원필과 만나 'Unpiltered'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랑병동'이 발매되고 음악을 들어보면 다들 금방 눈치채겠지만, 원필이 이번 EP에 담고 싶었던 것은 역시 '변신'이다.
원필은 "이번에 새롭게 도전한 게 너무 많다. 타이틀곡부터 많이 생소한 음악이다. 데이식스로도 그렇고 나 원필로도 이런 음악일 줄 상상 못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며 "그래서 트랙을 만들고 콘셉트 포토나 뮤직비디오도 안 보여 줬던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사랑병동'에 담긴 의도를 밝혔다.
원필이 이처럼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한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하고 싶은 음악'이 많기 때문이다.
원필은 "'Pilmography' 앨범이 나왔을 때도 그렇고 데이식스 앨범이 나왔을 때도 항상 '나 이것도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음악이 하고 싶은데' 같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며 "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뭔가를 노리고 작업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언제나 음악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도 다른 곡 작업을 하고 싶고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음악을 향한 끝없는 욕심을 드러냈다.
그의 이런 마음은 앨범 제목 'Unpiltered'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원필은 "팬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의 모습은 항상 웃고 있고 아무 아픔이 없는 사람일 것 같다. 그래서 또 다른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Unpiltered'에 담긴 모습도 모두 나다"라고 강조했다.
'사랑병동'이 타이틀곡이 된 이유도 원필의 새로운 모습, 다른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기 때문이다.
원필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걸 참고 살아간다. 힘든 것도 숨기고 아파도 아픈 척 못 하는 사람이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단어가 '사랑병동'이었다"며 "제목을 '사랑병동'이라고 정하고 거기에 맞춰 가사를 썼다. 사랑에 빗대어 쓰긴 했지만 꼭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랑병동' 뮤직비디오를 보면 내가 정상적으로 등장하는 모습이 1초도 안 된다. 계속 아프고 분노한 감정으로 있는다"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살면서 처음으로 소리 내서 울어보기도 하고 마구잡이로 소리도 질러봤다. 나도 이렇게 울고 소리 지를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그러면서 여러 생각이나 고민을 많이 털어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말로는 누구나 '새로움'과 '다름'을 외칠 수 있지만 정말로 몸에 익은 관성적 태도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필도 이를 알고 있었고 다행히 그의 곁에는 좋은 조력자가 있었다.
원필은 "홍지상 작곡가가 작년 10주년부터 '새로워져야 한다', '변신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런데 이 변신이 사람들이 좋게 느껴야 하지 나만 좋게 느끼면 안 된다는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이 원칙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10년 넘게 곡 작업을 하다 보니까 나도 고갈되거나 편한 멜로디를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홍지상 작곡가가 생각을 달리하자고 했다. 뭔가를 크게 바꾸기보다 리듬을 살짝 틀어보던가 힘을 더 주거나 덜 주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또 원필이 이렇게 꾸준히 새로움, 변화, 변신을 시도하는 와중에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데에는 지향하는 바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원필은 "예를 들어 'Fourever(포에버)'앨범의 'Welcome to the Show(웰컴 투 더 쇼)'는 꼭 떼창 있는 곡으로 나오고 싶어서 쓴 곡이다. 다들 우리를 환영해 줬으면 한다는, 원하는 지점이 있었다. 또 '꿈의 버스'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이라는 게, 밝은 청춘이 담긴 우리의 10년을 접어둔 페이지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이번 솔로 앨범 작업할 때도 이것만 하는 가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그렇게 작업하고 있다"고 힘을 줘 말했다.
원필의 이런 새로움 찾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인터뷰 도중 '지금도 새로운 곡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꺼낸 것도 그렇지만, 원필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음악가인지 찾는 고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필은 "내가 혼자서 생각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힘들어도 힘든 걸 말을 잘 안 한다. 말해도 안 좋은 감정만 전해지고 해소에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 내가 그런 걸 잘 까먹어서 시간만 좀 주면 알아서 해결된다. 음악적으로 예민한 것도 맞는 거 같고 지금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계속 찾아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음악과 나다움을 찾는 원필의 여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