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한 달…안보·에너지 '복합 리스크' 직면한 한국


美 "수주 내 종전"…불확실성 여전
동맹국 군사 기여 요구…"매우 실망"
호르무즈 제한…에너지 안보 변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진은 지난 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타격을 받은 이란 석유저장 시설 모습. /AP.뉴시스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전쟁이 장기전 국면에 접어들며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은 외교·안보 이해가 맞물린 복합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시설과 지휘부를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당시 공습과 동시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핵심 인사들의 사망으로 종전에 눈길이 쏠렸지만, 이란이 지휘 체계를 재정비하고 주변국을 향해 반격에 나서면서 전선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보좌진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전쟁을 몇 주 안에 끝내자는 지침을 하달했다. 이후 지난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에너지 시설 파괴를 10일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종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 될 가능성은 큰 것 같다"며 "산발적인 공격 등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전선 밖으로 번진 동맹 시험대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동맹국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들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매우 실망했다"며 "그들은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개입은 전쟁이 시작될 때 하거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국가만 언급했지만 한국과 일본도 연장선에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작전으로 지난 14일부터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을 대상으로 군함 파견을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는 파병에 신중한 입장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측과 전혀 상호 협의가 없느냐 그것은 아니다"라면서 "서로 간에 중동 전쟁과 관련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소통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동맹국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대통령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한미동맹 때문에 실망이 클 순 있다"면서 "우리는 그렇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의 방어 부분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어느 국가도 파병에 동의하지 않아 다행인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동맹국에 대한 압박뿐 아니라 주한미군 방공무기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대비 태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앤디 김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란 전쟁이 아시아와 인도·태평양에서 자원을 끌어내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일부 미사일 방어 체계 구성 요소를 빼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쟁이 지상전으로 확대되면 주한미군 병력과 무기 추가 차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현재 중동에 최대 1만 명의 추가 지상군을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군 소식통을 인용해 "자원병 모집소에 젊은 자원병들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100만 명 이상이 조직돼 전투 준비를 마쳤다"며 대응했다.

이와 관련, 정한범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가 있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만 설령 주한미군이 줄었다고 해서 한국을 상대로 북한이 넘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국 안보 대부분 역할은 우리가 책임지고 있어서 주한미군이 중동에 배치 된다고 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은 "북한이 주한미군 중동 배치를 전략적 기회라고 생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북한은 현재 러시아에 파병 중이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사태에 대해선 "북핵에 대한 확장 억제를 제외한 한국의 안보는 더 이상 미국과 동맹에 기대선 안 될 것 같다"고도 진단했다.

전쟁이 발생한 지 한 달 된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도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격받은 모습. /AP.뉴시스

◆호르무즈 리스크 현실화…에너지 안보 ‘직격탄’

전쟁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된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도 이목이 쏠린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국적 선박 26척과 선원 600여 명의 발이 묶여있다.

이란은 미국과 연계된 선박에 대해 해협 통과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26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이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도 미국 회사가 투자한 유전에서 나온 시설을 이용해 현재는 항해가 불가능한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네"라며 "미국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엔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항행 보장을 촉구했다.

박인휘 원장은 "국제 안보라는 것이 군사 안보만 있지 않고 인권, 환경 안보 등이 있다"며 "전쟁 이후 한국은 국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국가 간 연대에 대해 예전에 하지 못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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