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장면 12003년 3월 20일,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대규모 군사작전의 명분은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시켜야 하며, 전쟁은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후세인을 제거한 뒤 미국을 중심으로 한 WMD 사찰팀인 이라크 조사단(ISG)는 현지 정밀조사등을 거쳐 2004년 10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낸 최종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의 침공 때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후세인이 WMD에 집착하기는 했으나 이것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건네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장면 22025년 6월 22일, 미국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정밀 폭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핵농축 시설을 완벽하고 완전히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은 같은 달 13일 이란 핵시설에 대한 기습적인 폭격을 가했다. 미국은 즉각 이스라엘 군사작전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고, 트럼프는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은신처 위치를 알고 있다면서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폭격으로 포르도 핵시설 등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란의 핵능력이 완전 제거되지는 않았다. 이후 미국과 이란은 핵협상을 진행했다.
#장면 32026년 2월 28일 미국은 이란 전역의 미사일과 핵시설을 전면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대규모 공습을 강행했다.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작전명이 붙은 이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정권 수뇌부가 몰살당했고, 이란 전역이 불바다가 됐다. 이스라엘 역시 ‘사자의 포효’(Lion's Roar) 작전으로 미국과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대국민 영상 연설을 통해 "이란의 미사일과 핵시설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과 8개월 전에 ‘완전히 제거했다’는 이란 핵이 왜 다시 ‘임박한 위협’이 됐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란 국민들에게 ‘군사작전이 끝나면 정부를 장악하라’거나 ‘자유의 시간이 다가왔다’고도 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트럼프가 공습 명분으로 내걸었던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전쟁의 법적 성격을 따질 때 중요하다. 이른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의 경우 적국의 대대적인 공격징후가 명백해 그 위협이 ‘임박’했을 때 선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방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에 근거를 둔 만큼 요건을 충족하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임박한 위협’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 의회에서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내부에서도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이슈이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언론은 벌써부터 이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지,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 또 뉴욕 주식시장과 국제유가의 동향이 어떨지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미디어는 연일 미군의 첨단무기들이 연출해낸 ‘정밀 폭격’ 장면을 마치 ‘외과 수술’처럼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TV 화면에는 가공할 스텔스 폭격기에서 발사된 폭탄의 위력, 지하 방커버스터의 ‘핵심시설’ 관통 장면, 그리고 첨단 드론이 만들어낸 불기둥이 스펙터클하게 등장한다. 미군의 오폭으로 한순간에 수백명의 아이들이 숨져간 초등학교의 참상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그리고 이란의 역공으로 공포에 떨어야 하는 민초들의 슬픈 표정은 간간히 전쟁의 서사를 장식하는데 등장할 뿐이다.
트럼프의 이번 행위가 의회를 건너뛰고 ‘폭격 버튼’을 누른 ‘전쟁 행위’로 기록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003년 이라크 침공, 그리고 이번 이란 공습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결행한 많은 군사작전들이 ‘대통령의 단독결정’으로 시작됐고, 미국이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임박한 위협’의 실체는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 세계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전쟁보도’ 속에서 서서히 ‘지성의 조직화된 분노’도 잊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