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중구=정소영 기자] 북핵 해법과 군비통제 전략, '적대적 두 국가론' 대응 교류·협력 방안이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학술회의에서 논의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면서 대북 접근 방향이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적대의 종식과 평화공존을 위한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한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학술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북핵 해법의 새로운 모색: 평화체제 견인론과 군비통제 전략 △'적대적 두 국가론'의 평화적 변환과 교류·협력 방안 등 총 2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정 장관은 개회사에서 "남측에도 북측에도 대한민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며 "남북 관계든 한국·조선, 즉 한조 관계든,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남과 북이 함께 공동이익을 창출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공식 외부행사에서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간 평화를 통일을 위한 수단 정도로 치부해 왔다"며 "지금은 궁극적 목표로서 통일보다 평화공존 그 자체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서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은 "한반도에서 평화의 돌파구를 다시 열어야 할 때"라며 "우리가 먼저 갈 수 없다면 그 돌파구는 미북정상회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한국이) 다리를 놓아준 이후 27번이나 친서를 주고 받은 사이가 됐다"며 "변화한 환경에 맞춰 새로운 평화 모색하도록 머리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사회로 진행된 제1세션 ‘북핵 해법의 새로운 모색: 평화체제 견인론과 군비통제 전략’에선 북한 비핵화 해법과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이 비핵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비핵화 문제가 협상 의제로 다시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 접근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선 비핵화’ 프레임을 넘어 ‘안보-안보 교환’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게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비핵화 언급은 전술적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중단-축소-폐기라는 모델을 ‘안보-안보 모델’로 종합적이고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안보적인 측면에서 내놓을 게 무엇일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비핵화를 언급하는게 실효성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도 "현재 비핵화를 뒤에 두더라도 ‘핵없는한반도’ 원칙을 둘 필요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미중정상회담이든 북미 고위급회담이든 정상회담이든 우리가 참여할 수 있고 우리가 계속 관여할 수 있는 의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변화를 통한 대북 접근을 주문했다. 특히 정 소장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 전념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며 통일부 장관을 한반도 평화특사로 겸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남북 관계, 국방정책, 한미 관계 및 주변국 관계, 국민 여론과 정무적 판단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라며 "추동력을 갖추기 위해선 대통령의 직접 위임을 받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날 제2세션에서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의 사회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상황에서의 교류·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 양자협력이 어려우면 다자협력을 결합한 다층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북미대화 재개 자체보다 향후 협상 시 한국의 입장이 배제되지 않도록 협상 구조와 후속 이행 틀을 미리 설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정책적 접근에 대해선 "한국이 (북한에 대한) 용어, 호칭, 정책 담론 등을 조정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추진 가능한 조치이고 북한의 우려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실장은 관광 협력 관련, 다자 기반 접근을 통한 양자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장관은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이야기 중 평화공존이 있고 이재명 대통령 기본 원칙도 평화공존"이라며 "양쪽이 주장하는 평화공존 개념과 방법은 다르지만 평화공존의 제도화, 공동성장 기반 구축 등 평화공존 제도화가 돼야 남북 교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