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프타 수출 제한' 카드에도…석화업계 "실효성 글쎄"


정유사 직수출 비중 적어 효과 제한적
NCC 잇따라 가동 중단…연쇄 셧다운 우려

국내 석화업계 나프타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수출 제한, 러시아산 공급선 등을 개진하고 있음에도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중동발 나프타 수급 불안에 정부가 수출 제한 카드를 꺼냈지만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출 물량 자체가 적고 수출하는 나프타와 석유화학 공정에 필요한 나프타의 종류가 달라 내수 전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전환하고 비축유 방출 등을 병행하면 4월 중순까지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프타 생산·도입 보고 의무화와 매점매석 금지 등 추가 조치도 이번 주 중 시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나프타 물량 수출 비중은 전체의 7%다. 나프타는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정의 핵심 원료인 경질나프타와 방향족(BTX) 생산 등에 쓰이는 중질나프타로 나뉘는데 국내 정유사는 경질나프타 대부분을 내수용으로 공급해왔고 중질나프타도 자체 석화 공정에 활용하거나 잔여 물량만 수출하는 구조다. 직수출 비중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 정유사도 있어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내수로 전환할 수 있는 추가 물량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장은 가동 중단이 시작됐다. LG화학은 지난 23일 여수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공장 정기 보수를 앞당기며 선제 대응에 나선다. 여천NCC도 OCU 공정 가동을 멈추는 등 제한된 원료를 핵심 설비에 우선 투입하는 전략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가동률을 낮추면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다"며 "지금은 가격보다 물량 자체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4월 이후 '연쇄 셧다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프타 부족 여파는 생활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가격이 급등한 나프타 원료를 사용하는 포장재·비닐 제조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조사에서는 기업 70% 이상이 합성수지 공급 축소 가능성을 공지받았고 90% 이상이 가격 인상을 통보받았다. 쓰레기종량제 봉투 제조업체 일부는 생산 중단이나 폐업을 검토 중이며 일부 지자체 봉투 재고는 1~3개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대체 공급원 확보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도입의 걸림돌이었던 금융 결제와 2차 제재 문제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재무부로부터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에 대해 위안화·루블화·디르함화 등 달러 외 결제가 가능하고 2차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업계에 관련 내용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적 장벽이 풀렸다고 해서 실제 도입으로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결제 구조상 살 수 있게 된 것은 맞지만 실제로 살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거래 가능한 러시아산 물량은 공해상에 떠 있는 트레이더 물량이 대부분인데 나오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전 세계 수요가 몰리면서 경쟁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양 실장은 "원유는 고려할 요소가 많아 정유사 반응을 봐야 하지만 나프타는 상대적으로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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