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많은 타자들이 ‘가장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KIA 타이거즈 이의리(23)를 꼽는다. 좌완 스리쿼터에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숨기는 디셉션 동작이 탁월하다. 여기에 150km는 가볍게 던진다. 특히 왼손 타자들은 이의리 공에 공포감을 느낄 정도다.
이의리는 지난 2년을 날렸다. 2024시즌 개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팔꿈치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다. 고작 4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긴 재활을 거쳐 2025년 7월 복귀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난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10경기 39⅔이닝을 던져 1승 4패, 평균자책점 7.94를 기록했다. 볼넷을 34개 내줬다. 이의리는 11승7패를 거둔 2023년에도 131⅔이닝 동안 9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극단적 볼넷과 삼진을 의미하는 ‘이의리 챌린지’가 유행한 것도 이 시기다. ‘볼넷을 줄이지 않는 한 이의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꽤 설득력을 얻었다. 이는 ‘볼넷만 줄이면 이의리는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과 같았다.
2026시즌은 이의리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2024시즌 통합 우승에서 2025시즌 8위로 추락한 팀을 구해야 한다. 또 하나는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한 한국 투수진의 희망이 돼야 한다. KIA의 올 시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팀의 기둥이었던 최형우과 내야 수비의 핵 박찬호가 이적한 공백이 크다. 양현종은 ‘에이징 커브’를 긋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KIA의 성적을 중하위권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수가 있다. 이의리와 김도영의 ‘부활’이다. 투-타에서 이들 둘이 제 기량을 보인다면 KIA의 성적은 수직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 현재까지 과정은 좋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성공적으로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이의리는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 선발 등판했다. 15일 kt 위즈전서 4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9km. 무4사구가 눈에 띈다. 46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가 32개였다. 13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9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이의리는 제임스 네일-애덤 올러에 이어 3선발로 내정돼 있다. 양현종을 대신해 토종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제구력 안정을 위해 투구 폼을 살짝 손봤다. 키킹 동작에서 오른발을 작게 올리는 한편 상체 동작도 간결하게 바꿨다. 스피드는 약간 줄었지만 제구력은 훨씬 좋아졌다. 제구력만 안정되면 스피드는 언제든 150km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이의리다.
한국은 지난 WBC에서 많은 부분을 배웠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150km 이상의 빠른 공이 없으면 아무리 제구력이 좋아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8강전 상대였던 도미니카공화국 선발 투수 크리스토퍼 산체스의 투구는 압권이었다. 좌완 산체스는 156km의 포심에 슬라이더, 싱커, 체인지업을 구석구석 꽂아 넣었다. 한국 타자들은 그의 현란한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런 산체스의 모습에서 이의리가 투영됐다. 한국야구는 올해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부터 2027년 프리미어12, 2028년 LA 올림픽을 차례로 치러야 한다. ‘건강한’ 이의리는 한국야구의 핵심 전력이다. 흔히 국제용이란 말을 한다. 이의리가 본격 나서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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