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중동전쟁 장기화에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올 하반기에는 카드론 금리도 함께 상승할 전망이다. 카드론은 중저신용차주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데다 법정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하는 금리를 적용하는 만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채권 발행 다변화를 통해 금리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의 카드론 합산 잔액은 42조90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172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급전이 필요한 차주가 몰리면서 매일 100억원 넘는 카드론이 취급된 셈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카드론 잔액이 43조원을 돌파한 적은 없지만, 이 같은 속도라면 이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 달 새 2558억원 증가한 42조5850억원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명절 연휴 등 목돈 지출이 겹친 영향으로 일시적 흐름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대출 긴축 장기화로 유동성이 떨어진 중저신용 차주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약 차주가 이용하는 대출 서비스의 이용률은 상승하는 흐름이다. 카드론뿐 아니라 리볼빙과 대환대출 잔액도 함께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39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82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기존 카드론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카드론을 이용하는 구조다. 금리를 낮추기 위한 대출 갈아타기와 달리, 만기 도래 시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가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상환을 이어가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리볼빙 잔액도 증가세다. 같은 기간 리볼빙 누적 잔액은 1176억원 늘어난 6조8377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대금조차 제때 갚지 못해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이자 부담을 지는 차주가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취약 차주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하반기 이자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가 국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발행 금리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연 2%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연 3.63%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여전채(AA+/3년물) 스프레드는 40bp에서 55bp로 확대됐다.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카드사 전반의 부담이 커지는 흐름이다.
여전채는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카드사가 확보한 자금의 조달 비용을 의미하며 금융상품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원가로 작용한다.
카드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일정 시차를 두고 금융상품에 반영한다. 일반적으로 3~4개월 이후 상품 금리에 반영되는 구조다. 이달 조달한 자금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용에 반영될 예정이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카드론 등 주요 상품 금리의 점진적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총재 인선도 금리 환경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거론된다. 이달 이재명 대통령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 통화경제국장을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신 후보자를 매파 성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간 동결 기조를 이어온 기준금리가 인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금리 부담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 2022년 시장금리가 급등한 이후 카드사별 대응 체계가 구축됐고, 금리 상승 흐름 또한 점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시장금리가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경우 조달 전략 조정과 비용 관리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가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시기는 2022년이다.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했고, 회사채와 여전채 발행도 위축됐다. 올해도 시장금리가 상승 흐름을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당시와 같은 급격한 시장 충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한국은행 인선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점차 선반영하는 분위기"라며 "채권 발행 방식을 다변화하고 만기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조달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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