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성공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MBK·영풍도 견제력↑ [TF 현장]


이사 5인 선임안 가결…이사회 9대5 재편
감사위원 확대 부결에 임시주총 불가피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중복위임장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이 가결되며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다. 반면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안건은 부결되면서 감사위원 선임 구상에는 제동이 걸렸다.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이 요구한 '이사 5인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 수 대비 62.98%, 총수 대비 57.41%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요구한 '이사 6인 선임안'은 찬성 52.21%, 반대 47.52%로 부결됐다.

이 표결은 이사회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핵심 승부처였다. 기존 이사회는 총 15명으로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이날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6명(최 회장 측 5명, MBK 측 1명)의 선임 방식을 두고 양측이 정면 충돌했다.

MBK·영풍 측은 공석이 되는 6명을 모두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양측이 각각 3명씩 신임 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개정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고려해 5명만 먼저 선임하고 나머지 1명은 추후 감사위원으로 선출하자는 5인 선임안을 제시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찾은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두 안건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더 높은 찬성률을 얻은 5인 선임안이 최종 채택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는 9대5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당초 6명을 선임할 경우에도 9대6으로 과반 유지가 가능한 구조였지만 이번 결과로 양측 간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됐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고 MBK·영풍 측도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며 이사회 내 견제력을 확대했다.

다만 감사위원 선출 구조를 둘러싼 전략에서는 최 회장 측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은 출석 의결권의 53.59%, 발행주식총수의 48.71% 찬성에 그치며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오는 9월 개정 상법 시행에 앞서 감사위원 구조를 선제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였지만 MBK·영풍 측이 "시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상법 시행 전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 주총에 따른 비용 부담과 함께 안건이 재차 부결될 경우 법적 리스크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주총에서는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도 확정됐다. 최 회장은 집중투표제에 따른 의결권 9299만3444표 중 1560만8388표를 얻어 재선임됐으며 임기는 2년이다.

주총 결과와 관련해 MBK·영풍 측은 "표면적으로는 최윤범 회장 측이 과반을 유지했지만 이사회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노조원들이 주총장 밖에서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주총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었다. 당초 오전 9시 개회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위임장 중복 여부를 둘러싸고 양측 변호사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개회가 지연됐다. 오전 9시54분이 돼서야 주주 입장이 시작됐고 오후 12시4분 박기덕 의장이 개회를 선언하면서 약 3시간 늦게 진행됐다.

개회 직후에는 영풍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고려아연 측은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의 지분 보유를 근거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해 영풍 보유 주식 일부의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밝혔고 영풍 측은 외국회사를 근거로 한 해석은 위법하다며 반발했다.

주총장 밖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총장 입구에서는 전국금속노조 고려아연지부가 '국가기업 고려아연 끝까지 지켜낸다', '약탈적·무책임 경영으로 홈플러스 망친 MBK에게 국가기간산업을 맡기겠느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경비가 강화된 가운데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하에서 해외 기관투자자 의결권 해석 방식을 두고도 양측이 충돌했다. 고려아연은 미행사 의결권까지 비례적으로 재배분하는 '프로라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MBK·영풍 측은 기존처럼 실제 행사된 표만 인정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주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며 "MBK·영풍 측 주장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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