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변호사의 형사 사건 성공보수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11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반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당시 최성수·임은하·김용두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3일 A 법무법인이 의뢰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 씨가 A 법무법인에게 33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 씨는 지난 2019년 11월 1심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항소심에서 A 법무법인을 선임해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성공 보수 3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이후 B 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B씨가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자, A 법무법인은 약정금 소송을 제기했다.
B 씨는 이 약정이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켰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5년 "형사사건 성공보수금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 판례에 따라 B 씨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은 다르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곧바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에 반하거나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 사법의 염결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의뢰인에게 과다한 보수 약정이 아니면 성공보수 약정 그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고 뵜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A 법무법인의 충실한 변론과 노력 덕분"이라며 "B씨의 행위는 기존 법리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B 씨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 판례가 11년 만에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