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찌꺼기 판친다" 14명 사망 안전공업 화재, 10년 전부터 '경고' [이슈클립]


'잡플래닛' 안전공업 리뷰, 2016년 4월부터 62건 중 27건(43.5%)이 작업 환경 위험성 지적

HR 플랫폼 잡플래닛 속 안전공업의 리뷰는 약 10년 전부터 안전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22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오승혁 기자] "경영진은 사무실에 있어서 모르겠지만, 현장은 유증기 오일 범벅에 절삭유 찌꺼기가 판을 칩니다. 정말 힘든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생각좀 해주십시오." (2026년 1월 안전공업 현직자)

"항상 있는 오일 증기와 좋지 못한 환경, 계속 다니다 보면 몸에 배인 냄새와 건강 악화가 느껴짐." (2025년 6월 안전공업 현직자)


20일 발생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불로 인해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점이 기업 리뷰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벌어진 안전공업의 전현직자들이 남긴 경고는 결국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태에 대한 비극적인 예언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10여년 전부터 전현직자들이 익명으로 회사에 대한 평가를 남기고 채용 정보 등을 공유하는 HR 플랫폼 '잡플래닛'에 작업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경고를 지속했다.

<더팩트>가 지난 2016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잡플래닛에 남겨진 안전공업 전·현직자들의 리뷰 62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무려 27건(43.5%)이 작업 환경의 위험성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리뷰의 내용은 참담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날리는 오일미스트(유증기)", "기름과 물이 섞여 미끄러운 바닥", "노후화된 설비와 가득한 분진" 등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10년 넘게 방치되어 왔다는 점이 후기에도 보이고 있다. 한 직장인은 "항상 있는 유증기와 좋지 못한 환경 때문에 건강 악화가 느껴질 정도"라고 호소했다.

현장을 방문했던 의료진의 증언도 이들이 남긴 리뷰 내용과 일치한다. 과거 공장 직원의 문진 차 해당 공장에 방문했던 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도 "현장이 유증기로 뿌옇고 책상 등에 오일이 떨어져 닦지 않으면 문진표에 시커멓게 묻을 정도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10명)가 발견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직원들을 위한 '헬스장'이다. 사측은 2층과 3층 사이 공간을 쪼개 불법으로 '2.5층' 복층 공간을 만들었다.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인 탓에 대피로는 전무했고, 창문은 옆 건물에 막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불꽃이 인화성 유증기를 타고 번지자, 헬스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노동자들은 유일한 탈출구였던 작은 창가에 겹겹이 쌓인 채 발견됐다.

근로자들은 작업 환경의 개선을 계속 외쳤지만, 회사는 이에 대한 응답 대신 불법으로 증축된 헬스장으로 다른 답을 제시했고 이곳이 사지가 된 셈이다.

안전공업의 리뷰에는 "경영진의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10년의 시간 동안 현장의 목숨 건 경고가 이어졌음에도, 이를 무시한 결과는 14명의 사망이라는 참혹한 대가로 돌아왔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이날 대전 안전공업 화재와 관련,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전경찰청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합동으로 이날 오전 9시부터 수사관 등 약 60명을 투입해 안전공업 본사와 공장 및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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