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정부가 공급망 대응 컨트롤타워를 가동한다. 석유화학 제품이 산업 전반에 쓰이는 만큼 생산 차질 확산을 막기 위해 물량 확보에 나선다. 4월 중순 비축유를 방출해 에너지 수급에 대응한단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23일 ‘중동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공급망지원센터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공급망지원센터는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되며 12명 규모로 운영된다. 제조업과 국민 생활에 밀접한 약 30~40개 품목을 우선 관리한다. 업계 애로를 접수해 대체 물량 확보와 수급 조정까지 연계 지원할 계획이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석유화학 제품은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 원료로 쓰이는 만큼 영향 범위가 광범위하다"며 "공급망센터를 통해 기업 애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공급망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납사 수급 부담으로 가동률을 조정 중이며, 조선업계는 에틸렌 가스(강재 절단) 수급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애로를 겪고 있다.
박 실장은 "에틸렌 가스 수급 문제는 이미 식별해 업계 간 조정을 진행했고 수입도 확대했다"며 "현재로서는 생산 차질 없이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 납사는 약 55%를 정유사가 생산하고 45%는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체 중심으로 부담은 크지만 전체 공급은 유지 가능하다는 평가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석유화학 공장 가동 중단 시점은 당초 다음 달 초·중순에서 하순 이후로 늦춰지고 있다"며 "대체 물량 확보와 비축유,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통해 수급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400만 배럴 긴급 도입을 확정했고 기업들도 미국·아프리카 등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4월에 도입되는 원유 물량이 평소보다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대체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4월 중순에는 비축유 방출까지 계획돼 있어 전체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응은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 전쟁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브렌트유는 71.47달러에서 이날 기준 113.50달러로 56.6% 상승했고, 같은 기간 WTI 역시 67.94달러에서 99.98달러로 49.2% 올랐다.
양 실장은 "브렌트유가 110달러를 넘고 WTI도 99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최근 상승 속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더 가파른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물류비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중 중동 노선 운임은 2월 말 1327에서 지난 20일 3324로 150%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운임지수도 28.2% 상승했다.
가스 시장 역시 급격한 변동을 보였다. 아시아 LNG 가격(JKM)은 지난달 말 14.95달러에서 3월 20일 22.73달러로 약 52% 상승했고 하루 기준으로도 10.6% 급등했다.
양 실장은 "카타르 가스 시설은 약 17% 손상됐고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가스 시장이 수요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단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일부 사례가 확대되면 시장 불안 심리가 커지며 사재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경계하고 있다.
양 실장은 "카타르산 가스 의존도는 20% 미만 수준으로 당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중장기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품목의 공급 불안이 과도하게 확산될 경우 사재기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 유가는 하락했다. 이날 기준 휘발유는 ℓ당 1819.55원으로 79.23원, 경유는 1816.09원으로 102.88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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