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 '기지개'…대형 이어 중소형도 매각 물꼬 트나


흑자 전환에 투자심리 회복…소형 저축은행 매각 '재시동'
업황 개선·자금 여건 완화에 거래 재개 기대감↑

저축은행이 2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회복하는 가운데, 그간 지체됐던 중소형 저축은행의 M&A(인수합병) 활성화 여부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김정산 기자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저축은행이 2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회복하는 가운데, 그간 지체됐던 중소형 저축은행의 M&A(인수합병) 활성화 여부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대형 저축은행의 인수합병에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상대적으로 열위한 중소형 저축은행은 여전히 매물로 남아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금융위원회는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지분 50%+1주’ 취득을 마무리해 최대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인수 금액은 약 9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5월 8.5%를 우선 확보한 데 이어 추가로 41.5%에 1주를 더 매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BI저축은행 매각이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평가한다. 그간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 저축은행업권의 인수합병을 유도해온 데다 인수 주체인 교보생명이 대주주로서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SBI저축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가 리테일(소매금융)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인수자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지 않아 부담이 제한적이었다는 해석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업권 재편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애큐온캐피탈의 대주주인 EQT파트너스는 잠재 인수자를 대상으로 매각 티저를 배포하며 시장 접촉에 나섰다.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앞서 상상인저축은행이 매각에 성공한 사례도 시장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저축은행 인수합병은 딜 참여자 간 의사 확인 이후 예비입찰과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사 및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최종 승인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인수자의 자본력과 건전성,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이 핵심 심사 기준으로 작용해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한다. 결국 자본력을 갖춘 인수자와 투자 매력이 높은 매물이 맞물려야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다.

중소형 저축은행 매물은 여전히 시장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핀다의 대원저축은행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금융감독원이 인수자의 자금 조달 능력과 재무 여력을 엄격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거래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원저축은행은 모회사인 대아저축은행과 함께 장기간 매물로 거론돼 왔다. 과거 LED 제조업체인 씨티젠이 인수를 추진해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원저축은행의 총자산은 35억 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거래자 수는 2963명으로 연간 20명 감소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매각과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이익은 5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연간 누적으로는 81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이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은 줄었으나, 투자 매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수익화가 핵심인데, 중소형 저축은행은 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각에서는 인수 적기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업황 부진에 더해 규모까지 작을 경우 투자 매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권은 올해 들어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4173억 원을 기록하며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연체율은 6.0%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하락하는 등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소형 저축은행의 회복 여지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당초 저축은행권에서는 대형사의 업황이 먼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고도화된 신용평가 체계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리테일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본 규모가 큰 만큼 동일한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투자 환경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올해는 중견기업 대출 등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등 우호적인 금융 환경이 조성될 경우 자금 조달 부담이 완화되며 수익성 개선 여지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이 먼저 회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기초체력이 큰 만큼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며 "시장금리가 하락해 리테일 영업 환경이 개선되면 중소형 저축은행의 매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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