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자르고 시공사 바꾸고…잘 나가던 정비사업, 치솟는 공사비에 '발목'


삼호가든5차, 삼성물산과 계약 과정서 잡음
조합장 해임 추진 정비사업장 늘어
사업 기간 늦어져 비용 증가 부작용도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 재건축 조합 조합장해임추진위원회는 오는 21일 조합장 해임 임시총회를 연다. 사진은 삼호가든5차 정문. /공미나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최근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서울 정비사업장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분담금 상승 등의 이유로 조합장을 해임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시공사를 교체하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 재건축 조합 조합장해임추진위원회(해추위)는 오는 21일 '조합장 해임 임시총회'를 연다.

해추위는 "조합장 삼성물산과의 협상에서 조합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주도적인 노력은 고사하고 오히려 삼성물산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거나 조합의 설득 논리를 방해하는 발언으로 조합의 협상력을 극도로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삼호가든5차 재건축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30-1번지 일대 1만3365㎡ 부지에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의 총 2개동, 30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2369억원이다. 지난해 8월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해추위가 조합장 해임에 나선 건 삼성물산과의 시공사 계약 과정에서 공사비가 상승했음에도 일부 항목이 공사범위에서 제외되고 마감재도 하향됐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은 2024년 7월 3.3㎡당 공사비 980만원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무응찰로 유찰됐다. 이후 공사비를 990만원으로 올렸고 삼성물산이 수주했다. 현재 조합은 삼성물산과 계약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삼성물산의 입찰 제안서다. 기반시설 공사 16억원, 신재생에너지 45억원, 구조·굴토심의 준공도서 1억6000만원, 변경심의 도서 6억원 등 총 68억6000만원이 공사 범위에서 제외됐다.

또 거실 원목 마루에서 광폭강마루로 41억원의 차액이 발생했고 수전 부문에서도 9억원이 하향되는 등 50억원 규모의 마감재가 하향돼 총 118억6000만원이 삼성물산 대안설계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해추위 측 주장이다.

해추위는 "증액된 공사비에 조합이 요구한 모든 공사내용이 포함돼야 했으나 삼성의 입찰내용에는 지하층 중심의 확장만 있을 뿐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공사비 절감을 위해 많은 부분을 공사 범위에서 제외했고 일부 마감재도 하향했다"고 주장한다.

해추위는 제외된 공사 범위를 포함하고 마감재를 상향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7000만~8000만원 가량 증가한다고 추산한다. 삼성물산은 공사비 추가 증액 없이 미포함 항목을 공사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장은 시공사와 수많은 협력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이에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 조합원보다 시공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더팩트 DB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2구역은 사업 지연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자 조합장 해임 및 시공사 교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26일 조합장 해임 임시총회가 열린다. 조합이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에서 GS건설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조합은 지난 7일 대의원회를 열고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조합은 상반기 안으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어 GS건설을 새 시공사로 확정할 계획이다.

상대원2구역은 상대원동 3910번지 일원을 재개발해 최고 29층, 총 43개 동, 4885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조합은 2015년 10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2021년 'e편한세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조합이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합은 성남 첫 아크로 적용을 통해 아파트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DL이앤씨는 아크로 적용이 불가하다고 조합에 통보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해 12월 대의원회에서 DL이앤씨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가결하고 새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조합장이 해임되면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 청담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한 청담 르엘에서도 지난 14일 조합장 해임 안건이 가결됐다. 조합이 공사비를 제때 정산하지 않고 보류지 매각도 부진하자 조합 내 갈등이 커졌다. 부산 우동1구역 재건축 조합도 지난해 말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4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장은 시공사와 수많은 협력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이에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 조합원보다 시공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대부분 조합에는 현 집행부를 반대는 일명 비대위가 결성된다. 비대위가 주축이 돼 조합장을 교체하는 일도 다반사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장 해임은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요건만 갖추면 된다"며 "비대위를 반대하는 또 다른 비대위가 결성되고 조합은 가처분으로 맞불을 놓는 등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당연히 조합장이 일을 못 하거나 비리가 있으면 해임하는 게 맞다"며 "다만 조합장이 비리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소명의 기회 없이 해임안이 통과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장 해임은 사업 지연이라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사업 지연은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직결된다.

한 재건축 조합 임원은 "조합장 공석 상태가 길어지면 의사결정도 어려워진다. 시공사는 공사중단 압박 카드를 쓴다"며 "정비사업의 핵심은 속도인데 집행부 교체로 사업이 지연되면 이주비·사업비 대출이자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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