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를 연일 강조하자 시장 흐름이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 보유세 강화까지 예고되면서다. 서울 집값 상승세와 매수 심리는 빠르게 식었다. 잠기던 매물은 시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정책 신호가 지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동산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일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발언 수위도 거침없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는 직설적 표현이 이어졌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과의 자리에서도 "집값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책 방향을 넘어 시장 기대를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 상승세 둔화 넘어 꺾이는 흐름…매수 심리 급랭
정책 신호 이후 서울 아파트 상승세는 6주 연속 둔화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은 올해 1월 4주차 0.31%로 고점을 찍은 뒤 0.27%→0.22%→0.15%→0.11%→0.09%→0.08%로 상승폭이 줄었다. 상승 둔화를 넘어 하락 전환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지난달 4주차 이후 3주 연속 하락했고 강동구는 57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강벨트인 동작구도 보합으로 돌아섰다. 서울 핵심 지역부터 균열이 시작된 셈이다.
현장에서도 가격 조정 신호가 감지된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하락 매물이 나오면서 일부 단지에서 가격 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송파는 신천·잠실 대단지, 강남은 역삼·일원 일대 중심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격 지표에 이어 심리도 빠르게 식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2026년 2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소비심리지수는 122.1에서 112.3으로 9.8포인트(p) 떨어지며 상승 국면에서 보합으로 돌아섰다. 수도권 역시 127.5에서 114.4로 13.1p 하락해 6개월 만에 보합 전환했다. 서울은 121.3으로 상승 국면을 유지했지만 한 달 사이 16.9p 급락했다.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95~115 미만이면 보합·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본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달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한 달 전보다 16p 떨어졌다. 2022년 7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한은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정부 정책 영향으로 집값 하락 기대가 확산된 결과로 분석했다. 이 대통령도 SNS에서 "비정상적 집값 상승 기대가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 李 "부동산 잡아야 한다"…금융 규제 시사
시장 변화는 매물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이후 매물 출회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올해 서울 공시가격은 평균 18.67%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3구는 24.7%, 성동·용산·동작 등 한강벨트는 23.13% 상승했다. 성동구는 29.04%로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보유세 부담 확대가 예고되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를 접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하루 만에 1025건 늘어난 7만8077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최대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정부 차원의 다주택자·고가 1주택에 대한 세금 압박이 이어지면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크게 늘어난 분위기"라며 "이러한 급매물 영향으로 금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세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부담감이 큰 지역에서의 단기 조정 움직임은 다음 달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추가 대응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초점은 금융 규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부동산이 투기 대상이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금융"이라며 "남의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재산을 증식하는 것이 유행되다 보니, 이를 하지 않는 국민은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며 "금융위원회는 물론 국토부의 공급 정책·재경부의 세제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부동산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